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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86)
새참... 단호박 농삿일엔 새참이 제맛. 이 재미로 밭일을 한다. 오늘은 찐 단호박. 곁들인 한잔 탁배기가 제격이었는데 무심한 세월에 새참의 멋이 사라졌다.
입추... 농부 오솔의 하루 오늘이 입추.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서늘해진 느낌이다. 한껏 몰려왔던 무더위가 순순히 하룻밤새 물러갈리야. 농부의 하루는 변함이 없다. 오늘도 땀 흠뻑 흘렸다. 옥수수 껍데기 벗기는 작업은 다 못하고 마무리는 내일로 미뤘다. 세월이 좀 먹나? 하며...
세월을 읽는 법 한바탕 왁자지끌하던 모내기가 끝났다. 며칠동안 내린 비로 뽀도랑 물이 넘쳐 앞뜰은 명경알 같다. 물꼬 다듬느라 다들 바쁘다. 가을까지 벼농사의 긴 장정이 시작되었다. 앞산 솔밭길을 돌아오다보니 문반장네 마늘밭은 햇마늘 추수에 들어갔다. 여긴 심고 저긴 거두고... 모두가 엊그제 같은데 또 한 해가. 들판길을 걸어보면 세월을 가는 줄 안다.
앵두와 감꽃 앵두나무는 뒤안 수돗가에 있어 어쩌다 눈에 띈다. 하얀 앵두꽃이 며칠 전인데 어느새 앵두가 조롱조롱 열렸다. 앞마당 대봉 감나무. 고개숙인 연두빛 여린 잎새 사이에 감꽃 봉오리가 봉긋 봉긋. 세월 빠르다. 봄날은 간다.
10년, 수선화는 피고 또 피고 올해도 수선화가 만발했다. 유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무렵 2012년 봄에 그린 수선화. 마당에 석류나무와 개나리 울타리를 배경으로 10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 변함이 없다. 두 무더기의 수선화는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그림에서 또다른 세월을 본다. 10년이 마치 엊그제처럼.
꽃중의 꽃 감상하다가...문득 비가 내리다 햇살이 돋았다. 바람이 세다. 오늘도 봄날씨는 얄궂다. 봄햇살에 비친 꽃. 봄비에 젖은 꽃...어느 쪽이 더 예쁜가? 보렸더니, 예쁜 건 제쳐두고... 문득 다가오는 생각은 '그저 세월만 가네...'뿐.
귀촌일기- 16년이라는 세월 2004년 2009년 2020년
귀촌일기- 大雪을 지나며...2004-2019 비가 내렸다. 절기가 대설이라 해서 반드시 눈이 내리라는 법은 없다. 이왕이면 함빡눈이라도 온다면 금상첨화다. 귀촌 직후 어느 눈 내리는 날 사진이 있어 비교해 보았더니... 군데군데 자질구레하게 세월의 흔적을 알겠다. 호박오가리가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