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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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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영글다 끝 모를 장마에도 푸새 말릴 햇살은 난다더니 오늘은 쨍쨍하다. 삼복이 코앞이라 덥긴 해도 앞뜰을 걸었다. 아닌게 아니라 아침나절인데 벌써 푹푹 찐다. 벼 익는 소리가 들린다. 백로가 날았다. 왼편으로 안마을, 먼 발치에 우리집이 올려다 보인다. 3천 보.
오랜만에 걸었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오랜 가뭄으로 바닥이 섬처럼 드러났던 도내 저수지. 백로가 떼 지어 놀았다. 장마 전선이 닥치기 전이었다. 그동안 몇차례 집중호우가 저수지를 채웠다. 그러나 아직 수문을 개방할 만큼 강수량은 아니다. 오랜만에 걸었다. 보름만이다. 수시로 내리는 게릴라 소나기도 그려니와 열대야에 온열 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무척 더웠다. 이래저래 여름은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 이제 소서. 대서를 지나 초복 중복 말복... 삼복으로 가는 길은 먼데.
삼복에 땀 흘리는 법 하루에도 몇 번 오르내리는 돌계단. 아랫밭을 오가는 통로다. 우리집에서 가장 운치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다른 일에 눌려 한동안 손 놓고 있었더니 갑갑해졌다. 오늘 첫 일과로 삼아 땀을 흘렸다. 길이 환하게 보인다.
덥다 덥다 하면...덥다 삼복이다. 오늘이 중복. 내일이 대서. 말로 듣기만 해도 덥다. 더울 때가 되었다. 땀을 흘리면 덜덥다.
요란했던 장맛비 첫 장맛비 치곤 요란했다. 호우에 비바람까지 동반했다. 예고가 있었던터라 단도리를 한답시고 했으나 넘어져 쓰러지는 건 쓰러지고 뿌러지는 건 뿌러졌다. 캐두고서 미처 거두어 들이지 못했던 감자가 밭에 그대로 있었다. 하얀 감자가 하룻밤 비바람에 씻기고나니 더 뽀예졌다. 그 새 알토마토와 대추 토마토가 발갛게 익어간다. 덜익은 파프리카가 제 무게를 못이겨 몇 알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는 녀석이 있어야 익어가는 놈도 있다. 첫 장맛비에 뒷북. 아무런 일이 없었 것처럼 지줏대를 다시 세우고 묶어주었다. 햇살을 받아 지열이 올라온다. 땀 난다. 바야흐로 곧 삼복이다.
귀촌일기- 장떡 부추전 덥다 덥다 하면 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솟는다. 그래서 삼복이다. 아침 나절--- 8시 부터 두어 시간이 밭일에는 황금시간이다. 이 때 감자를 캔다. 땀은 난다. 엎드려 감자를 캐다가 옆에 있는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 고추 밭에도 가서 손으로 일일이 고랑에 잡초를 걷어내고, 가지 아랫..
귀촌일기- 피서 삼복에 납량 피서법이 따로 없다. <상록수>, <순애보>, <흙>... 50년도 더된 어느 땐가 죙일 일을 삼고 읽었다. 그 때 감동은 사그러졌으나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현대 정주영 회장이 소싯적에 <흙>의 허숭처럼 변호사가 될 꿈을 꾸었다는 육성 회고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순..
귀촌일기- 석류꽃이 석류가 될 확률은? <석류의 말>이라는 이해인 수녀의 시가 생각난다. ...푸름으로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터질 것 같은 가슴 이젠 부끄러워도 할 수 없네요 아직은 시고 떫은 채로 그대를 향해 터질 수밖에 없는 이 한 번의 사랑을 부디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