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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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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일은 하기 나름 씨감자를 심은 뒤 곧장 밭이랑 비닐 덧씌우기작업에 매달려 거의 일주일째 하고 있다. 이쯤 크기 밭뙤기, 힘깨나 쓰는 장골들이야 하루 반나절이면 거뜬히 해낼 일이다. 아무려나. 처음엔 버거워 보이던 일도 일단 시작하고 나면 어느새 끝이 보인다. 사래가 길어 하루에 한 줄씩 하다가 어젠 나도 모르게 두 줄을 했다. 마침 햇살이 좋았다. 풋풋한 흙냄새 맡아가며 땅과 더불어 하는 일... 참 좋다. 봄이다. 오늘은 진종일 오락가락하며 빗방울이 듣는다. 봄날에 어쩌다 봄비, 이런 비 쯤이 무슨 대순가. 사방이 탁트인 밭이라 이웃사람들이 지나가다 한마디씩 거든다. "쉬었다 해유... 혼지서두 용케 잘하시네유." "어찌그리 이쁘게 지어셨대유♩". "뭘 심을 거유?" 밭둑을 가운데 두고 나누는 대화, 기분좋은 말들이다..
달래, 부추, 방풍...그리고 들고양이 거실 창문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하루에도 몇 번 제집처럼 드나드는 산고양이가 오다가다 찾아와 처마밑 새우젓통에 고인 낙숫물을 맛있게 마신다. 어제 내린 빗물이다.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어느 해 달래가 나기 시작하더니 해마다 그 자리에 달래가 나서 자란다. 가을이 되면 종자가 떨어져 번져나간다. 봄이 아직 여물지도 않았는데 올해도 벌써 손가락 길이 만큼이나 자랐다. 데크 앞 마당 양지바른 곳이다. 아니나 다를가 뒤안의 부추밭에도 뾰쪽뾰쪽 부추 새싹이 돋아났다. 바로 옆 방풍나물도 저만치 쑥과 냉이도 다함께 날 좀 보소 손짓을 한다. 모두가 자연이다. 자연은 그대로 두면 되는 것.
빗속을 걸었다 예상보다 비가 많이 온다. 어제 밭갈이를 했는데 고랑에 빗물이 고여 흘러내린다. 오늘 감자를 놓기로 하고 서둘러 씨감자를 쪼개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으나 미룰 수 밖에 없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모처럼 우산을 쓰고 앞뜰을 걸었다. 雨中散策이었다. 봄맞이 밭일 준비하느라 한동안 걸렀던 참이다.
농사의 시작(4)...밭갈이, 씨감자 쪼개기 트랙터로 밭갈이를 했다고 일이 끝난 게 아니다. 군데군데 다니며 물꼬 고랑을 내는 작업을 곧장 서둘렀다. 내일 제법 큰 비가 내린다고 한다. 봄비야 반갑지만 하필 밭갈이 한 직후에 비가 내린다니 떨뜨럼하다. 땅이 굳어져 비닐 덧씌우기 멀칭작업에 삽질이 거북살스럽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감자 심을 준비는 해야한다. 비닐하우스에 앉아 씨감자 상자를 열어 감자를 쪼갰다. 감자 씨눈이 눈에 보일듯 말듯 뾰쪽뾰쪽 올라온다.
봄비와 손님 읍내서 손님이 왔다. 돌아갈 때 선물... 뻥튀기. 선물이라기보다 기념품이다. 별 것 아닌 것이 별 것이 되는 이런 기념품을 좋아하지않는 분은 없다. 시골살이의 서정이란 이런 것. 촉촉히 비가 온다. 납매가 젖었다. 연이어 내일은 눈소식이 있단다. 온세상이 조용하다.
비 내리는 아침 풍경 촉촉히 비가 내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결같이 밤새 조용히 내렸다. 언덕바지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 트랙터 쓰레질이 한창이다. 언제 나왔는지 이른 아침부터 앞뜰에 논을 가진 농부들은 바쁘다. 모내기에 앞서 논에 물을 담아두기에 좋은 비다. 바라보기만 해도 넉넉하고 풍성하다..
꽃중의 꽃 감상하다가...문득 비가 내리다 햇살이 돋았다. 바람이 세다. 오늘도 봄날씨는 얄궂다. 봄햇살에 비친 꽃. 봄비에 젖은 꽃...어느 쪽이 더 예쁜가? 보렸더니, 예쁜 건 제쳐두고... 문득 다가오는 생각은 '그저 세월만 가네...'뿐.
귀촌일기- 앗차! 실수! 납매 묘목 현관 입구가 갑자기 붐빈다. 바깥으로 나가야 할 녀석들이 나가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구아바 큰 화분 둘 , 납매 화분 셋 그리고 야콘 뇌두 모종 박스 넷. 봄이라지만 아직 날이 차다. 춥다. 지난 겨울내내 거실 창가에서 따뜻하게 잘 보내던 납매를 지난 어느 봄비 오는날, 잠시 마당에 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