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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영감교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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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도내수로 “조기 조, 저수지 말이여. 거진 삼만 평이여.” 삼만 평이 얼른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집에서 내려다보면 일 년 내내 그대로였다. 모내기철에는 양쪽으로 난 수로로 논에 물대기 바빴다. 한꺼번에 물을 빼도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간사지 사이로 길게 뻗은 저수지를 보며 버갯속 ..
시월이 가기 전에...(1) 보리 파종 시월이 가기 전에 할 일이 하나 남아있다는 걸 오늘 아침에 생각이 났다. 며칠 전 버갯속영감댁 할머니가 씨보리 종자를 주셨다. 신문지에 비닐까지 이중으로 얌전히 싼 모양새가 정갈하다. 마당이나 밭 가장자리에 적당히 뿌려두면 한 해 보리차는 걱정 없단다. 공간이 없어 짜투..
고춧잎 말리기 그저께는 버갯속영감님댁 할머니 생신날이었다. 올 봄에 영감님이 돌아가시고 맞이하는 할머니의 첫 생신이다. 버갯속영감님이 생전에 쓰던 응접실 겸 서재라 맞은 정면에 걸려있는 근엄한 버갯속영감님의 사진이 새롭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둘러앉은 채로 김장무를 솎아주라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
무엇일가? 영감님을 아침나절에 도내리 오솔길에서 만났다. "그게 뭡니꺼?" "뭐긴 뭐여..." "........" "허허, 저기 저 낚시터 쓰레기라구잉..." "?????????!!!!!!!!!!!!" 86세. 우리 동네 제일 어른.
빗속의 구아바 이틀째 촉촉히 비가 내린다. 때론 후줄근한 빗줄기가 묵직해 장마답다. 구아바가 하루 밤새 달라졌다. 가지마다 올망졸망 하얗게 보인다. 꽃망울에 아마 꽃닢. 빗방울이 구르는 소리에 깨어난 구아바 잎사귀는 그야말로 생기발랄. 비 끝나면 이내 보여줄 듯. 꽃.
귀촌일기- 약쑥 그리고 버갯속 영감 “약쑥은 말이여... 오월 단오(端午) 때 꺾는디, 이슬을 맞아야 허거든.” 버갯속영감의 약쑥 강의는 계속되었다. "태안 약쑥이 좋다니께. 근디 아무거나 다 약쑥이 아니어... 지대로 꺽어야혀. 단오날 오시가 제일 효력이 좋다는 얘긴디... 향도 그때가 제일 좋구...허허." "약쑥은 말이여,줄..
귀촌일기- 웅구, '돼지고기에 싸 먹어봐' "이게 웅구여." 아랫밭으로 돌계단을 내려오다 지팡이로 가리켰다. 민들레 비슷하다. 그러나 훨씬 잎이 넓고 크다. "돼지고기 싸 먹어봐. 맛 있어." 버갯속 할머니가 박과 호박 모종 가질러 들렀다가 또 한가지를 가르쳐 주고 가셨다. 우리 밭 가장자리에도 웅구가 여기저기 자라고 있다. ..
버갯속영감님 가시는 날 버갯속영감님은 흙으로 돌아갔다. 멀리 간사지와 도내수로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