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종아지매

(38)
바쁘다 바뻐! 농부의 가을 거두고 한편으론 심고... 고구마 캐고, 대파 모종을 심었다. 농삿일이란 반드시 제때 해야할 일도 있지만 더러는 안해도 될 걸 일 욕심에 잣아서 하는 경우도 있다. 어제 오늘 심은 대파 상치모종이 그렇다. 어제 읍내 모종가게 앞을 지나다가 눈에 띈 김에 대파 모종을 13.000 원에 한 판을 샀던 것. 덤으로 상치 모종 다섯 종류를 안겨주는 모종 아지매의 인심. 덥석 받아와선 이걸 심느라 혼자 바쁘다. 아침나절에는 어제 이웃밭에서 고구마 캐는 걸 보고 나도 고구마를 캐야되겠구나 하고 캐기 시작했다. 바쁜 건 나만 아니다. 가스 배달원도 바쁘긴 마찬가지.
황금 노랑배추, 나를 바쁘게 하네! 집사람의 읍내 나들잇길에 청상치 모종 몇 개 사오랬더니 배추모종이 한무더기 따라 왔다. 모종가게 아지매가 가져다 심어보라며 크게 선심을 쓰더라는 것이다. 보통 배추가 아니고 '황금 노랑배추'란다. 결구하면 배추 속살이 황금처럼 노랗다는 말. 갈수록 기능성 채소들이 등장하는 세상에 종자 개발의 끝은 어디까지? 갑자기 등장한 황금배추때문에 하여튼 오늘 바빴다.
'외상거래' 예찬 요즘세상에 혀곧은 소리 해가며 굳이 외상 거래를 틀 이유가 없다. 현금을 꼭꼭 챙겨 다니기도 번잡스러워 훌훌 털고 다닌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외상을 그을 때가 있다. 딱 두군데다. 이웃 마을의 팔봉 이발소와 읍내 모종 가게. 며칠 전, 이발을 했는데 면도까지 12.000원이었다. 모처럼 챙겨간 만 원짜리 한 장에서 2.000원이 모자랐다. '그냥 가셔도 된다'는 이발관장의 손사래도 불구, 힘 주어 외상으로 달아 놓았다. 바로 뒷날 외상을 갚으러 갔더니 방금 채종했다며 종이컵에 접시꽃 꽃씨를 눌러 담아주시더라. 얼마 전, 모종가게 앞을 지나다가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가듯 계획에 없던 모종 몇가지를 외상으로 산 적이 있다. 며칠 뒤 외상값 15.000원을 갚으러 갔다. 모종아지매가 함빡 웃음을 덤뿍 보태 ..
모종 아지매의 꿀잠 배추 모종이 혹시 있나해서 읍내 나간 김에 모종시장에 들렀더니... 마침... 아, 꿀맛같은... 때는 삼복. 모종가게 사장님인들, 저절로 내려오는 눈꺼풀 무게를 어찌 감당하리오. 화들짝 놀라게 해드린게 미안해서 기왕의 배추모종에다 이런저런 모종 몇 가지를 더 샀다. 모종 값만 25.000 원. 손에 쥔 현금이 모자라 15.000 원은 외상. 단골집이 이래서 좋다.
모종 아지매의 AZ 백신 후유증?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가는 법. 읍내 나온 김에 고구마 모종이나 한 단 살가 해서 모종아지매 가게를 들렀다. 감자를 캐고 나면 빈자리에 으레 고구마를 쬐끔 심었다. 고구마보다 고구마 줄기를 채소로 먹기 위해서다. 부드러운 줄기와 잎을 살짝 데쳐 초무침을 하거나 줄기의 껍질을 벗겨 삶아서 건조시켜두었다가 나물로 먹기도 한다. 모두가 우리 농촌의 계절성 자연 먹거리다. 오늘 아침 나절에 현기증으로 휘청하며 엎어져 무릎을 까였단다. 모종 아지매가 얼굴을 마주치자 마자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라며 아픈 무릎 쪽을 가리키며 하소연을 한다. 어제 인근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는 얘기. 집사람도 하루 전날 아스트라를 맞았으니 같은 70대 초반의 동년배 'AZ 백신 그룹' 년령층이다. 잠시 쉬시지 왜..
모종시장에서 농부 패션 밭에서 일 하다 갑자기 읍내출입. 장화 신고 입은 옷 그대로... 나간 김에 잠시 둘러본 모종시장은 단대목이라기엔 아직은 발걸음 숫자가 부족. 때가 이른데다 준비없이 나간 참이라 단골 가게 모종아지매와 눈인사만 나누고 몇 가지 모종 구입은 다음 기회로...
지금쯤 모종시장이 궁금했다 태안읍 외곽에 농자재마트가 새로 생겼다는 광고 전단지를 본 건 꽤 오래 전이다. 오늘 처음 들러보았다. 없는 것 없이 시원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직원들의 응대도 친절했고 얼핏보아 값도 쌌다. 농협 조합원으로서 죽으나 사나 '농협 자재마트'를 이용했는데 대형 경쟁업체가 나타났다. 읍내 나온 김에 모종시장을 갔다. 지금쯤 모종시장이 어떨까 궁금했다. 16년 단골 모종아지매도 만났다. 어린 모종이 바깥으로 나오기엔 날씨가 들쭉날쭉해서 아직 때가 이르다. 4월 말, 5월 초까지 두어 주일은 기다려야 모종시장이 활기를 뛸듯. 모종시장도 그렇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하드라도 재래시장 한 귀퉁이에 모종가게가 두어 집 뿐이었다. 자유 경쟁이 사람을 날쌔게 만든다. 목로주점 아지매 술도 맛있고 싸야 먹는 법.
동지, 봄날을 보았다 읍내 재래시장 어귀에 있는 모종가게는 귀촌 16년 단골집이다. 흔적만 남기고 철시했다. 오늘이 동지.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했다. 이제부터 봄이다. 밤이 짧고 낮이 길어진다. 내가 '모종 아지매'라고 부르는 모종가게 사장님의 함박웃음을 볼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