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세상에 혀곧은 소리 해가며 굳이 외상 거래를 틀 이유가 없다. 현금을 꼭꼭 챙겨 다니기도 번잡스러워 훌훌 털고 다닌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외상을 그을 때가 있다. 딱 두군데다. 이웃 마을의 팔봉 이발소와 읍내 모종 가게.
며칠 전, 이발을 했는데 면도까지 12.000원이었다. 모처럼 챙겨간 만 원짜리 한 장에서 2.000원이 모자랐다. '그냥 가셔도 된다'는 이발관장의 손사래도 불구, 힘 주어 외상으로 달아 놓았다.
바로 뒷날 외상을 갚으러 갔더니 방금 채종했다며 종이컵에 접시꽃 꽃씨를 눌러 담아주시더라.
얼마 전, 모종가게 앞을 지나다가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가듯 계획에 없던 모종 몇가지를 외상으로 산 적이 있다. 며칠 뒤 외상값 15.000원을 갚으러 갔다.
모종아지매가 함빡 웃음을 덤뿍 보태 '한번 심어보슈!' 하며 모종 몇 개를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담아주시는 손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디호박과 쑥갓 모종을 정성껏 심었다.
"외상은 절대로 잊지 않고, 빨리 갚는다"는 덕목만 준수한다면야... 외상 거래. 각박한 세상살이가 맛깔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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