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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드러누우면 캘 때다, 양파 "이내 캐야겄시유." 이웃 아주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양파 대가 하나 둘 저절로 꾸부러진다. 땅에 드러눕기 시작한다. 캘 때다.
귀촌일기- 제비꽃은 바람에 흔들리고 배꽃. 마당에 제비꽃. 바람이 세다. 봄바람은 늘 쎄다. 산엔 진달래.
귀촌일기- 흙이 농사다 지난해 고추밭의 멀칭비닐을 진즉 벗겨냈어야 했는데 지금에야 한다. 이왕 늦은 일. 그리 서두를 거야 없었다. 비닐을 벗기는 작업도 아무날에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땅이 녹아야 한다. 고랑이 꽁꽁 얼어 있으면 찢어지기 때문이다. 어느새 우수가 지나갔다. 설마 설날에 묻혀있었을 ..
귀촌일기- 땅도 힘 빠지면 객토를 한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흙이었다. 15톤 덤프로 한 대 분량. 동네에 객토 바람이 불었다. 본격적인 밭갈이를 앞두고 흙을 나르는 덤프 차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객토란, 논이나 밭에 다른 곳의 흙을 갖다부어 지력을 향상시키는 걸 말한다. 농사 짓는 땅도 오래 지나면 힘이 빠지므로..
귀촌일기- 귀촌이란? 앞뜰이 온통 초록 물결이다. 바닥을 드러냈던 수로에 온 듯 안온 듯 그래도 짬짬이 내린 비로 반짝반짝 물비늘이 보인다. '무화과도 하나 익었군!' 어쨌거나 읍내 나들이가 연거푸 있었던 지난 며칠이었다. 귀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인총이 서로 부딪치는게 얼마나 피곤한 가를 새삼 알..
귀촌일기- 마누라의 우리집표 감태 만들기 감태 한 장도 못건진 지지난해와 같은 해도 있는가 하면 이번 겨울은 감태 풍년이었다. 감태로 집집이 2천만원을 했니 3천만원을 했니 하는 말들이 돈 지 오래다. 늘상 음력 설이 지나면 감태 농사는 한풀 꺾였으나 올해는 다르다. 개펄에 아직도 새파랗게 자라는 감태를 두고 볼 수 없는..
귀촌일기- 월동 노지배추를 보며 봄을 노래함 흙을 보았다. 오늘 흙이 보였다. 긴 겨울을 지나면서 흙을 잊고 땅을 잊고 밭을 잊어버렸다. 며칠 사이에 날이 풀렸다. 얼었던 수도꼭지에서 콸콸 물이 쏟아지는 게 신기하다. 올듯말듯 그렇거니 하고 넘어가는 게 매양 만나는 꽃샘추위다. 겨울은 갔다. 봄이 왔다. 얇은 비닐 홑이불 하나 ..
귀촌일기- 밭에서 퇴근하다,오늘 퇴근길 바구니 속에는 하루에 움직이는 시간이라야 고작 한두 시간이다. 아직 덥다. 한사흘 비 온 다음이라 지열까지 겹쳐 땀범벅이다.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혼자서 만들어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더니 잡초가 요란하다. '때가 되면 잡초도 절로 마르는 걸 일부러 깎아 무엇하리오.' 그러나 그게 아니다. 밭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