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추밭의 멀칭비닐을 진즉 벗겨냈어야 했는데
지금에야 한다.
이왕 늦은 일.
그리 서두를 거야 없었다.
비닐을 벗기는 작업도 아무날에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땅이 녹아야 한다.
고랑이 꽁꽁 얼어 있으면 찢어지기 때문이다.
어느새 우수가 지나갔다.
설마 설날에 묻혀있었을 줄이야.
계절은 절로 돌아오고 시절은 스스로 앞서나간다.
봄이라며 호들갑스런 건 사람이다.
여기, 파란
이름 모르는 풀 한 포기에
봄이 있다.
얼었던 땅이 녹는다.
흙이 보인다.
지금부터 농사다.
흙이 농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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