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심

(30)
가을비 가을 가뭄이라며 비를 기다리기는 했어도 하늬바람을 동반한 가을 비는 어수선하다. 을씨년스럽다. 아침나절에 밭에는 캐다 만 토란이 있었다. 해질녘에 온다던 비가 갑자기 쏟아진다. 주섬주섬 비 설거지가 발걸음을 재게 한다. 비닐 하우스가 붐빈다. 한바탕 가을 비가 지나고 나면 곤두박질하는 수은주 따라 바짝 겨울이 다가선다.
농심은 잠 자면서 빗소리를 듣는다 이웃에 힘을 빌어 트랙터로 밭을 갈고 인력시장에서 인부들을 데려다 퇴비 거름을 뿌리고 비닐 멀칭을 하루에 동시에 해버렸더니 속이 시원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제부터는 모종을 심기만 하면 된다. 봄바람이 하두 거세기에 씌운 비닐 멀칭이 바람에 벗겨질 염려는 있다. 자리 깔아 놓으면 드러눕고 싶다고... 가지런히 정리가 된 밭을 보니 뭔가 빨리 심어보고 싶은 마음이 농부의 마음, 농심이다. 부러진 괭이 삽 자루도 살 겸 읍내 나간 길에 모종시장을 둘렀다. 모종 시장이라 기에는 아직 일러 스산했다. 단골집 모종 아지매를 만난 김에 봄 배추모종과 상추 모종을 샀다. 밭 갈고 심는 첫 작물. 배추모종. 햇살에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손바닥으로 따스하다. 흙냄새가 살풋 향기롭다. 해마다 이맘 때면 느끼는 자..
농부의 가을비 뒤안의 채마밭. 사흘 전에 일구어 쑥갓과 꽃상치 씨앗을 뿌렸다. 흙이 마르지않도록 비닐을 덮어두었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물방울이 맺히면서 만들어지는 습기가 씨앗이 싹 트기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가랑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기에 아침나절에 그동안 덮어 두었던 비닐을 벗겨주었다. 그런데 저녁 무렵에 후드득 갑자기 굵은비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곧장 밭으로 뛰어갔다. 비닐을 다시 덮고 가장자리를 벽돌로 눌렀다. 아니나다를까 창대비로 변했다. 밤새 계속 내렸다. 바람까지 가세했다. 이제 막 쑥갓과 상치 싹이 트려는데 굵은 빗방울에 흙이 팽기면 말짱 허사다. 걷었다가 덮었다가 짜투리 밭 하나에도 노심초사하는 농심.
귀촌일기- 첫 손님은 고라니 감자밭 비닐 멀칭에 발자국 구멍. 지난 밤, 불청객 고라니 녀석 소행이렸다. 두어 주일 뒤면 혹시 모를가 감자순이 올라왔을 리 없다. 밭에 내려가는 건 반드시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른 아침이면, 때론 오다 가다 저절로 발길이 간다. 이게 농부의 마음이다.
귀촌일기- 농부의 겨울 초동에 찾아온 한파. 도내수로 뚝방을 사이에 두고 얼음 구멍치기 태공들과 볏짚을 수거하는 농민. 남은 긴 겨울은 서로 갈 길이 있다. 농심은 바쁘다. 농한기는 있을 지언정 쉬는 날은 없다.
귀촌일기- '빼빼로 데이'와 '가래떡 데이' 농협 하나로 마트에 빼빼로 과자는 잔뜩 쌓여 있어도 가래떡은 없었다.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빼빼로 과자의 데이 마케팅 상술에 다같이 빼빼하게 생겼다고 가래떡을 들고 나온 것도 억지스럽긴 하지만, 명색이 농업인의 날인데도 농협 마트에 농심은 없어 보였다. '살 뺄..
귀촌일기- 덥다는 말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이유 온 동네가 마늘을 캘 무렵인 4, 5월에 옆집 아주머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으로 고생을 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두어 번 다녀오고도 낫지를 않았는데, 동네 사람들은 다들 '마늘병'이라 진단을 했다. 추운 겨울을 지나며 다른 집에 비해 마늘이 많이 얼어죽었던 것. '마늘병'은 눈코 ..
귀촌일기- "하늘이 이래서 어쩐다나?" 벼 이삭이 펴는 출수기에는 농부가 할 일이 많다. 그 중에서도 논에 물꼬를 대는 일이다. 벼농사 농부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온통 저수지에서 산다. 여러 개 가동중인 양수 펌프의 용량이 모자라 지원군으로 동원된 경운기 엔진의 힘을 빌어 물을 퍼올린다. 뚝방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