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부

(121)
귀촌일기- 나는 생강 시세를 물어보지 않았다 작년 가을에 고추값이 하두 올라 김장을 덜 담그는 바람에 그 여파로 생강 수요가 줄고 값이 떨어져 생강 종자값도 못건졌다는 푸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태안산 '갯바람 생강'의 자존심이 내려앉았다. 당장 싼값에 팔아치우느니 차라리 굴에 넣었다가 봄을 기다려 보기로 작정을 한 사..
잡초는 잡초로 말한다 풀을 뽑는다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흙 또한 뿌리를 움켜쥐고 있다. 뽑히지않으려고 푸들거리는 풀 호미 날이 칼 빛으로 빛난다. 풀은 작은 씨앗 몇 개를 몰래 구덩이에 던져놓는다. 하청호 시인의 '잡초뽑기'라는 제목의 동시다. 푸들거리는 풀에 끊임없이 호미를 들이대는 인간을 ..
강풍주의보...모내기 준비 끝 앞뜰 간사지에 트랙터 경운하는 소리가 며칠째 요란하다. 가끔 내려서 논두렁도 살피고 물꼬도 점검한다. 개구리가 열 올려 울어주면 모내기철이다. 땅거미 내릴 무렵부터 처마 밑 풍경이 요동치더니 밤새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그 바람에 개구리 우는 소리가 사라졌다. 트랙터에 놀란 걸가, 마파람에..
개구리의 합창 칠흑의 어둠 속에 밤새 개구리가 울었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높아간다. 숨가쁜 개구리의 합창에 어릴적 가슴이 다시 뛴다. 보슬비가 오는 아침. 내려다보이는 앞뜰에 물안개가 내렸다. 물꼬를 대는 농부의 발걸음이 분주하고 손길은 경쾌하다. 모는 하우스 안에서 자란다. 곧 모내기철이다. 비야 내려..
감자 농사 왠지 감자 농사가 좋다. 재미있다. 그 중에서도 요즈음이 제일 좋다. 감자 순이 나오는 때다. 멀칭비닐 사이로 새파란 싹이 솟구치며 돋아나는 모습이 힘차다. 대지의 정기를 온몸에 느낀다. 불과 얼마 전에 이런 글을 썼지. ... 내내 침묵이다. 하수상한 바깥을 이슬이 구르는 홑겹 비닐 틈새로 내다본..
감자 줄기가 슬슬 마르길래 오늘 아침에 두어 포기씩 살짝 캐보니 제법 영글었다. 3월 9일 심었으니 거의 100일 만이다. 하지 감자라는데 시절이 어김없다. 흰 감자가 세 이랑. 자주 감자가 한 이랑이다. 다음 주에 할 일이 예약되었다. 그런데 장마가 올라온다는데 어쩐담.
농부사시사 도내. 알만 한 사람은 안다. 겨울. 눈 내리고 봄. 꽃 피고 여름. 비 바람 치고 가을. 거둔다. 또 겨울. 눈 내리고 봄. 꽃 피고 여름을 지나 가을. 또 거둔다. 봄 여름 가을 겨을을 누가 모르랴.
누가 더 이쁠가 가로등 아래 야화. 장미. 한낮 뙤약볕 아래. 호박꽃. 누가 더 예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