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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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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리 오솔길의 만추 꽃은 꽃이다 서리가 내리는 지금, 피는 꽃이 있다. 돌팍 사이에, 그리고 마당 저기 철쭉 밑에, 이름도 모른다. 어느해 여수에서 누가 주길래 가져다 심었더니 얼마나 잘 번지던지. 꽃은 꽃이라, 입동도 개의않는 나비가 있다. 그리고 벌이 있다. 꽃이 있으면 벌 나비는 온다.
낙엽의 계절도 가고 어느날 밤새. 바람따라 가버린 낙엽. 그 위로 삭풍만. 이젠 입춘이다. 입동이 지났으니.
애호박 말리기 가을 햇살이 보드랍다.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인다. 얼음이 얼기 전에 이것도 거두어야 한다. 늦가을에 많이 열리는 애호박이다. 밭두렁 가장자리 군데군데서 따서 모았더니 스무개가 넘는다. 뽀얀 색깔이 벌써 맛깔스럽다. 사나흘에 벌써 꾸들꾸들하다. 노니 염불한다는 옛말도 있으렸다. 시골의 ..
오죽도 가을을 찾아 나섰다. 첫얼음이 두텁게 언 아침나절의 오솔길. 햇살은 따사로우나 바람은 차다. 해질 무렵. 가을은 정녕 서재 문짝에 있는 걸.
겨울 끝빈가 봄 첫비인가 오늘 이 시간 너무나 아쉬워 창밖을 보네. 봄비가 되어 돌아온 사람. 비가 되어 가슴 적시네. -'봄비' 중에서
겨울의 끝 명색이 서재. 내 공간이다. 그런데 조금 산만하다. 제멋대로다. 여간해선 그대로 놔둔다. 털고 쓸기가 꼭 귀찮해서만은 아니다. 쓸데없이 털고 쓸어온 지난 날들이 이제사 새삼 피곤하다. 밀쳐놓기도 하고 포개놓기도 하고 그냥둔다. 그게 맘 편하다. 겨울이 길다. 봄. 마침 봄 찾아 오시는 손님이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