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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의 소통 서재 서쪽에 큰 배롱나무 한 그루가 있다. 한여름이 될 때까지 거기 있는 줄을 모르는 은인군자다. 훌훌 모두다 벗어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스님나무라고도 하는 배롱나무. 여인의 매끄러운 피부 같다하여 요즘은 누드나무라고도 한다. 새빨간 꽃이 또한 그렇거니와 표면이 하얗고 투..
경칩에 봄동 겉절이 노지에서 긴 겨울내내, 풍상에 눈 비 맞고... 이게 봄동. 오늘이 경칩 마침 촉촉히 비는 내리고 비닐하우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봄동을 다듬었다. 쪽파, 봄미나리, 부추 달콤상큼 버무린 봄동 겉절이에 대지의 정기와 봄기운의 양기가... 긴 겨울의 의미를 쬐끔 알 것 같다. 그래..
귀촌일기- 들쥐의 소행 들쥐들의 영악스러움은 한이 없는 것 같다. 지상과 지하를 가리지않고 그놈들이 가는 곳은 영역과 장소를 가리지않는다. 몇년 전 들쥐들이 옮긴다는 쓰쓰가무시에 걸려 보름동안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비닐하우스 안을 정리하는데 빈 보루박스 속에서 '이따마한' 쥐 한마..
춘삼월, 봄을 만나다 서재 앞의 매화는 더디 피고 대문간 동백은 누굴 기다리나 나 매화 기다리고 동백 널 기다리니 춘삼월 아니면 어디 만남이 있을고 송순 동백 매화 나무 가지에만 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발 밑에도 봄이 성큼 다가와 서성거린다. 수선화 집 안에 들어와 식탁을 보니 겨..
명동 이야기- 명동시대를 가다 밧데리가 다 됐나봐요. '사랑의 밧데리'가 아니고 디카 배터리. 서울 역사박물관을 나온 뒤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래서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은 오늘의 명동을 배경으로 하는 인증 사진이 없다. 하긴 사진이 대수인가.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오라는 신호로 알아들으면 그만인 걸...
요 녀석, 이 좀 보자 오늘. 요녀석 이 좀 보자. 자, 보자, 보자. 옳지. 그래그래. 두 개 났네.
여유 누워버린 연통. 긴 겨울을 지펴낸 피로인가, 때이른 춘곤증인가. 창가에 붙어이쓴 어느 서예가의 글씨대로 당분간의 여유인가. 마른 담쟁이 넝쿨 늘어진 태안읍내 어느 골목길의 풍경이다.
귀촌일기- 앵두주와 매화 매화 봉오리에 맺힌 저녁해. 앵두인가 매화인가. 그렇지, 앵두주가 있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