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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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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의 계절 이웃집 마당에서 널어둔 감태가 보이면 한해의 끝자락이다. 영하의 칼바람에도 물때에 맞춰 바닷길을 왔다갔다 아주머니의 발길이 분주하다. "늦었씨유." 다른 집에 비해 늦게 시작했다는 뜻이다. 일 욕심은 동네에서 알아준다. 내년 음력설까진 해야할 일이니 시간은 아직 창창하다. 집 ..
첫눈 내리는 날 첫눈이 내리는 새벽이다. 싸락눈이다. 대문 밖 동쪽으로 난 오르막 이웃집 밭이 하얗다. 때가 늦긴 했지만 구아바 화분을 방 안으로 들여놓았다. 저녁 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몰려온다.
대설, 봄이 있다 대문 옆에, 장독간에도 매화 봉오리다. 겨울 전에 봄이 먼저 오나봐. 느티나무에 움이 텄다. 산새들이 찾아와 새싹의 소리를 듣는다. 배나무 복숭아 개나리 소나무 무화과 동백 봄은 일찌감치 발 아래 있다. 냉이다.
메주 김장하고 메주 쑤면 한해는 대충 마무리 된다. 메주 매다는 일은 4년 만이다. 그동안 묵은 된장, 간장이 있었다. 80키로 메주콩을 태안 떡방앗간에 부탁을 해서 메주를 만들어 왔다. 옛날처럼 콩을 쪄서 절구통에서 찧어 됫박을 틀로 해서 메주를 만드는 과정은 생략되었다. 어른들이 흔히 말했던 참 좋..
무 말랭이 만들기 올핸 무를 심지않았다. 해마다 김장철이 대충 끝나고 나면 집집에서 남는 무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그랬던것처럼 버갯속 영감님 댁에서 배추와 무, 그리고 쪽파를 가져다 먹으라는 말씀은 미리 있었다. 올해는 작황이 작황인 만큼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무가 생길 때마다 조금 씩 말랭..
석양 그리고 실루엣
김장하는 날 오늘 등장 인물은 네 여자와 한 남자다. 꼬빡 24시간 프로젝트다. 짧은 해는 진즉 넘어갔는데 아직도 남았네. 3년동안 간수를 뺀 소원 천일염이 설화같다. 병찬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 날렵 깔끔하다. 역시 손맛. 안도내에서 맛의 일인자 주원네 아주머니의 감리는 필수다. 새우젓을 쬐끔 더 넣어라는 맛 ..
낙엽의 계절도 가고 어느날 밤새. 바람따라 가버린 낙엽. 그 위로 삭풍만. 이젠 입춘이다. 입동이 지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