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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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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봄가뭄...상수도는 끊어지고 콸콸 그토록 힘차게 나오던 수돗물이 갑자기 오후 두어시를 넘기며 잠시 찔찔 나오다가 끝내 완전히 끊겼다. 멀리서 지하수를 뽑아오는 마을 간이 상수도라 사전 예고도 대책도 없다. 한 여름에 대량으로 쓰는 물이야 모터를 돌려 멀리 포강에서 끌어다 쓰지만 요즘같은 때는 수도꼭지에..
귀촌일기- '흙에 살리라' 나는 농부다 올들어 첫 삽질이다. 흙내음이 풋풋하게 피어오른다. 땀이 난다. 웃옷을 벗어 매실나무에 걸어두었다. 긴 겨울을 지나 이제사 피어나는 노지의 꽃상치. 곧 갈아엎어야 한다. 이웃 박회장집 트랙터가 밭을 갈기로 했기 때문이다. 긴급 이주 작전을 폈다. 숨죽였던 상추 한 포기는 가까운 어..
우수,이젠 봄이다...구아바 겨울을 지나자면 현관 안에 보관해야하는 것들이 있다. 감자,고구마,양파,생강등 채소류와 과일 등 그 때마다 일일이 비닐하우스로 찾아 내려갈 필요없이 중간 정거장으로 여기가 안성마춤이다. 야콘뇌두도 비닐부대에서 싸서 구석진 곳에 적당히 밀쳐둔다. 우리집 현관은 이맘 때면 늘 ..
농부의 마음...중국 손님의 매실나무 전정 왔던 손님이 떠나가자마자 하루종일 전정에 매달렸다. 그동안 한다한다 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왔던 전정이다. 오랜만의 톱질로 어깨죽지가 기분좋게 뻐근하다. 배나무,복숭아,포도,사과나무,감나무,석류,모과,매실나무 등 봄 전정을 모두 끝내려면 앞으로 3,4일은 꼬빡 걸릴 것 같다. 오늘..
귀촌일기- 감자농사, 씨감자 도착하다 강원도에 계시는 친지분이 올해도 씨감자를 택배로 보내왔다. 국립 감자종자진흥원에서 개량한 수미종 씨감자다. 20키로 한 박스만 해도 충분한데 해마다 꼭 두 박스를 보내주신다. 한해 첫 농사에다 귀촌 기분에 들떠 자주감자,흰감자 모두 해서 한때 서너 박스를 심기도 했었다. 씨감자..
귀촌일기- 300살 느티나무에 시멘트 처방 태안읍 사무소 앞에 목애당이 있다. 그 옛날 동헌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목애당 정문 앞에 300살이 넘은 느티나무가 비스듬히 서있다. 느티나무 아랫도리는 시멘트로 꽁꽁 메웠다. 속 썩은 느티나무에 시멘트 처방! 편작의 처방인 가, 화타의 시술인 가. 허준이 보면 뭐라고 말할 가.
귀촌일기- 꿩바위 고갯길의 엔진톱 소리 어느날 갑자기 엔진톱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며칠을 두고 소나무를 베어내고 있었다. 마을 초입의 꿩바위 고갯길을 따라 왼편으로 길게 늘어선 소나무 숲이다. 팔봉산 등성을 오르자마자 병풍처럼 둘러선 송림 사이로 비치는 아침해를 매일같이 내가 맞이하는 그 소나무 숲이..
귀촌일기- 월동 노지배추를 보며 봄을 노래함 흙을 보았다. 오늘 흙이 보였다. 긴 겨울을 지나면서 흙을 잊고 땅을 잊고 밭을 잊어버렸다. 며칠 사이에 날이 풀렸다. 얼었던 수도꼭지에서 콸콸 물이 쏟아지는 게 신기하다. 올듯말듯 그렇거니 하고 넘어가는 게 매양 만나는 꽃샘추위다. 겨울은 갔다. 봄이 왔다. 얇은 비닐 홑이불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