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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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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그리운 해바라기꽃 비바람에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으켜 세워주었는데 어제 폭우에 또 비스듬히 쓰러졌다. 키가 큰데다 이젠 해바라기 꽃대 무게까지 가세해 상체가 무거워진 것이다. 3 미터가 넘는 키, 한 자가 넘는 직경의 꽃대. 갈수록 제 한몸을 가누지 못한다. 자빠지면 일으키고 쓰러지면 세워줄테니 올핼랑 시원스럽게 큼직한 꽃이나 피워다오.
폭풍우에 넘어진 해바라기...세우다 잠결에 창으로 비껴 들어오는 달빛이 대낮같이 밝았다. 어제 늦게까지 하루종일 그토록 난리를 쳤던 비바람을 생각하면 보름달이 얄밉다. ------------- 그나저나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날이 밝으면 아침에 당장 해야할 일이다. 향일성이라 놔두면 곧장 허리가 꾸부러져 해바라기 농사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쑥대밭이 없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키가 10척이다. 몇 달만에 이렇게 자랐다. 우리집 해바라기 밭은 두 군데다. 올핸 해바라기를 많이 심었다. 철제 지줏대를 촘촘이 박고 빨래끈을 길게 늘어뜨려 묶은 다음,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일이 바로 세워서 해바라기 허리를 하나하나 단끈으로 붙들어 매는 작업. 뒷치닥거리한다는 게 재미없고 힘든 줄 알겠다. 작업이 끝나자마자 하늘을 ..
드디어 해바라기 꽃이 핀다! 우리집 해바라기는 왜 꽃이 안필까? 다른 곳엔 다 피었는데. 피었다가 이미 졌다. 작년에 이어 이태째 헛탕을 친 셈이다. 해바라기에 대한 나의 사랑은 오래된 추억의 소산이라 아쉬움이 컸다. 멍텅구리 우리 해바라기... 그랬는데... 그래도 가끔 혹시나 하며... 오늘도 허퍼삼아 들여다보았더니... 이거 웬일인가? 봉오리가... 해바라기 꽃봉오리가 틀림없다. 분명 꽃봉오리다. 며칠 전, 어느집 담부랑에서 씨앗이 박힌 해바라기 꽃대 하나를 슬쩍 꺾어다 하우스 씨오쟁이 위에 매달아두었다. 내년을 대비해서. 여기에 자극을 받았나. 우리집 해바라기가 드디어 꽃이 핀다? 해바라기와 매미
해바라기 씨도 겨울잠을 잔다? 내가 가면 언제든지 머리를 깎아주는 곳. 정기휴일도 관계 없고 새벽시간도 마다 하지않는 이발소 賈 사장. 오늘도 어스럼 새벽에 이발을 했다. 작년에도 해바라기 씨를 줘서 모종을 만들어 심었는데 우리집 해바라기가 꽃이 피지 않았다. 연 이태째다. 난처하고 미안해 하며 하는 말: "혹시 겨울 잠을 안자서 그런지 모르니 해바라기 종자를 겨우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심어보는 방법도..." 꽃씨 종자도 동면을 한다? 실온에 계속 두지말고 냉장고서 잠을 재워야 꽃이 핀다? 세상 이치는 알고도 모를 일.
우리집 해바라기...왤까? 길을 지나다 보면 남들 밭둑, 담부랑 가엔 해바라기가 피었다. 이미 꽃이 지면서 종자가 튼실하게 들었다. 왜 우리집 해바라기는 꽃이 안필까? 꽃 필 생각을 안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렇다. 키는 멀대 장승처럼 크고 덩치는 좋은데... 까닭을 알다가도 모르겠네... 도무지.
요란했던 장맛비 첫 장맛비 치곤 요란했다. 호우에 비바람까지 동반했다. 예고가 있었던터라 단도리를 한답시고 했으나 넘어져 쓰러지는 건 쓰러지고 뿌러지는 건 뿌러졌다. 캐두고서 미처 거두어 들이지 못했던 감자가 밭에 그대로 있었다. 하얀 감자가 하룻밤 비바람에 씻기고나니 더 뽀예졌다. 그 새 알토마토와 대추 토마토가 발갛게 익어간다. 덜익은 파프리카가 제 무게를 못이겨 몇 알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는 녀석이 있어야 익어가는 놈도 있다. 첫 장맛비에 뒷북. 아무런 일이 없었 것처럼 지줏대를 다시 세우고 묶어주었다. 햇살을 받아 지열이 올라온다. 땀 난다. 바야흐로 곧 삼복이다.
해바라기 모종을 심으며 해바라기 씨앗이 좋아서가 아니다. 올해도 해바라기 모종을 심으면서 '해바라기'를 생각한다. '해바라기' 영화를 관람한 건 1974년이다. "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소피아 로렌의 짠한 연기도 그렇거니와 끝없는 샛노랗게 핀 해바라기 벌판이 뇌리에 남아 해바라기하면 '해바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귀촌해서 밭을 가지게 된 다음부터 해바라기를 심었다. 밭 가생이 경계선에 길게 늘어선 해바라기는 장소로서 안성마춤이다. 작년에는 모처럼 모종을 100 개나 심었는데 비가 너무 와서 해바라기꽃을 볼 수 없었다. 그 실망감이란... 올핸 이웃 마을 단골 팔봉이발소에서 종자를 어찌해 구해다 모종을 만들었다. 올 여름... 활짝 핀 해바라기의 희망을 섞어본다.
사흘 꼬빡 걸렸다, 모종 만들기 야콘 130개, 토란 70개, 까만땅콩 100개, 빨강땅콩 120개, 흰땅콩 95개, 해바라기 100개. 사흘동안 만든 모종 갯수다. 싹이 트는 걸 봐가며 앞으로도 얼마간 계속 만들 것이다. 밭에 직파해도 되지만 모종을 만들어 심는 편이 미덥다. 파릇파릇 빠끔빠끔... 지금부터 시차를 두고 갓 돋아나는 새싹,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종을 보는 건 농사의 또다른 기쁨. 농부는 이 맛이다. 야콘 토란 까만땅콩 빨강땅콩, 흰땅콩 옥수수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