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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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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93-98 김상무 아리랑(31화) '뿌리를 뽑아야 돼!' 31. 첫 보고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에이플랜 팀은 24시간 풀 가동체제로 돌입했다. 나는 할 일이 있었다. 첫째, 이희종 CU장에게 보고 내용의 구성을 설명하고 튜닝하는 일이었다. 둘째는 보고자를 확정하는 일이다. 매킨지의 후지모토와 회장실의 하희조 부장과 함께 나는 CU장실에 들어갔다. 사안에 따라 미묘한 부분에 대해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CU장의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에이플랜 팀의 실질적인 첫 작업인 프로세스는 9월부터 12월 말까지 일정이다. 이번 에서 보고는 을 통해 전략적 과제를 파악하는 단계에서 첫 중간보고다. 에이플랜 팀이 구성되자마자 자체 교육, 각 사업부장, 실무 부 과장을 대상으로 워크샵과 고객 모니터, 경영회의 멤버..
LG93-98 김상무 아리랑(29화) 첫 보고회를 11월 8일로 29. 첫 보고회의 날을 (93년) 11월 8일로 잡았다. 사업 진단과 조직 진단을 병행하는 의 현상파악 작업이 방대하여 12월말까지 1단계 완료하는 일정에서 중간 과정을 보고하는 일정이다. 8월 30일 에이프랜 팀이 출범한 후 실질적인 첫 이자 에이플랜 팀으로서 데뷔전이었다. 보고회의 날이 가까워 올수록 나도 긴장되었다. 첫 작품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일념이었다. 에이플랜 작업 프로세스가 전 단계에 도출된 결론이 다음 단계의 전제가 되는 체계다. 프로세스 하나하나에 완전무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생산관리에서 전 공정의 부품 불량이 후 공정의 제품 불량을 만드는 거와 같은 이치다. 에이플랜 팀, 매킨지 멤버, 그룹 V-추진본부 지원팀 모두는 하루 하루가 스트레스에 묻혀 지나갔다. 에이플랜 ..
LG 93-98 김상무 아리랑(44화-3) "들었어요? 김 이사!" 44-3 저녁 회식장소는 초가장이라는 횟집이었다. 제주에서 다금바리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난 것만으로 표정들은 느긋했다. 탈 서울, 출 트윈빌딩은 좋은 아이디어였다는 칭찬을 귀 뒤로 들으며 나도 횟집 문을 들어섰다. 모두 17명. “ 김 이사. 오늘 고생했는데 가운데로 앉어! ” 권태웅 하니웰 사장이 내 손목을 잡아 이희종 CU장 옆에 눌러앉혔다. CU장도 턱을 두어 번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는 시늉을 했다. 여느 회의가 다 그러했지만 오늘 워크샵에서도 숙제가 많이 떨어졌다. 권 사장의 한마디가 무거운 마음을 가쁜하게 해주었다. 서로 마주앉은 긴 줄에 좌석 배치는 사장들이 외곽에 포진한 형국이 되었다. 애연파를 빙자하여 문 가 쪽으로 빠지려는 몇 사람이 있었다. 서정균 전무와 이중칠 전..
LG 93-98 김상무 아리랑(44화-2) "나도 알아!" 44-2 나는 조심스럽게 이희종 CU장의 의중을 떠보았다. " 저, 일 좀 하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지금 이래가지고는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자꾸 갑니다. " “ ....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해. 나도 알아.” 낌새를 느꼈는지 CU장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었다. “ 에이플랜 반년이 넘었습니다. 밑에서 나올 이야기는 다 나왔습니다. 이젠 에이플랜의 갈 길도 공유가 되었습니다. 속도만 붙이면 됩니다. ” “ .............. 내가 무얼 도와줄 가? ” “ 문제는 어른들입니다. 사장님들끼리 이야기 좀 하십시오. ” 내 어투에는 다분히 짜증이 있었다. “ ................ ” “참깨 천 번 구르느니 호박 한 번이 낫다는 말도 있지않습니까.” ‘CU장님 책임입니다’ 라는 말이 입..
LG 93-98 김상무 아리랑(44화-1) "내한테 오지마!" 44-1 “ 내한테 오지마! ” 문을 열고 두어 걸음 들어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책상에 앉아있던 김회수 사장이 고함을 치면서 손에 쥐고 있던 펜을 그대로 책상을 내려찍었다. 박살이 났다. 만년필이었다. 김 사장의 눈에는 불이 일었다. 나는 들어가던 걸음을 그 자리에 멈추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상도는 며칠 전부터 감지되었다. 막상 이 지경이 되자 나는 멍청해졌다. “ 도와주는 게 뭐가 있어? 너들은. ” 고함소리가 더 커졌다.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언가 날아올 것 만 같아 온 신경이 김 사장의 손에 집중이 되었다. 그러나 던지진 않았다. “ ................. ” 설명 자료를 한 손에 든 채 출입문에 어정쩡하게 선 나는 현기증을 느꼈다. 오늘 ..
김상무 아리랑(14화) '이거 가져가' 매킨지 제안서가 사령이었다 14. “ 이거 가져가. ” 회의를 끝내며 이희종 CU장은 나에게 서류 하나를 건네주었다. 아침 아홉시에 시작하여 점심까지 걸러가며 진행한 장장 일곱시간의 경영회의였다. 출근할 때 그렇게도 울어댄 매미소리는 CU장이 건네주는 서류 하나에 귀착되었다. 일본어로 < 대 비약을 향한 신체..
김상무 아리랑(11화) “ 김 이사. 김 이사가 당선되었어. ” 11. “ 어, 김 이사. 김 이사가 뽑혔어. ” 얼굴이 마주치자마자 중앙에 자리 잡은 이희종 CU장이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 김 이사! 투표를 했는데 9대 3으로 당선되었어. ” CU장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그러자 경영회의 참석자들은 한마디씩 거들었다. ' 당선이라니. 내가 뭘 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