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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계

(29)
식목 오갈피나무를 심었다. 오갈피 잎에 삼겹살 싸 먹는 맛은 작년에 알았다. "오가피 나무 몇 개 줘요." "그려유. 꼭 물어봐야 되남." 전화통으로 들려오는 주인장의 선심은 재발랐다. 마을 청년회장이자 올 초에 어촌계장도 맡게된 김 세만 씨 밭이다. 안동네로 오가는 길도에 어지럽게 커고 있었다. 심을 ..
귀촌일기- (29) 약속 약속 (29회분) 영감은 무덤덤했다. 비문을 읽는 영감의 표정을 보며 나는 씁쓸했다.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오직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하여 한 몸 바친 공적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 이에 우리 주민 일동은 공(公)의 갸륵한 공적을 영원히 기리기 위하여 정성을 담아 ..
귀촌일기- (25) 팔베개 팔베개 (25회) 우리 집 뒤는 버갯속 영감의 생강 밭이다. 건너 편 구도 항을 바라보며 바닷가 쪽으로 비스듬히 드러누웠다. 작년에는 들깨를 심더니 올해는 생강을 심었다. 한 여름이 되자 생강 이파리가 연두색에서 파랗게 나날이 달랐다. 생강 포기들도 제때 물을 먹어 통통하게 소담스..
귀촌일기- (12) 자유인 자유인 (12회) 그야말로 화창했다. 봄기운이 아침부터 나긋나긋 온몸에 부딪쳤다. 나는 겨우내 닫혀있었던 문을 모두 활짝 열어젖혔다. 모처럼 용상에 앉아 구도 항을 바라보았다. 소나무로 뒤덮인 당섬이 처녀 젖꼭지처럼 봉긋했다. 구도 항 사이로 오밀조밀 고깃배들이 그대로 한 폭의 ..
귀촌일기- (3) 상량 상량 (3회) 도내에 새 집을 짓는 게 오랜 만이어서 동네 사람들은 관심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오다가다 현장을 비집고 들어와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경운기가 돌다 걸리겠시유. 집터가 너무 길가에 붙었시유.’ ‘뒤에 똘강부터 얼릉 해야겠슈. 즈거 집 물은 즈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