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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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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계절 따가운 햇살이 상큼하다. 그야말로 백만불 짜리 햇볕이다. 그동안 어디 갔다 왔나 싶을 정도로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앞뜰에서 벼 익는 내음이 마파람을 타고 올라온다. 밤도 익고 배나무에 열린 배도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진다. 슬슬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얼마 전에 잡은 우럭은 망 속에서 잘 말랐..
파라솔 펴다 장맛비가 멈칫한다. 아침나절 내내 짙었던 물안개가 걷히니 범람했던 간사지 수로도 정상을 되찾았다. 찔끔찔끔 캐다마다 한 감자도 감자지만 양파, 마늘을 오늘에야 거두었다. 양파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말리고 육쪽마늘은 처마 밑에 매달았다. 대파 밭에 웃자란 잡초 제거는 그나마 땅이 말랑한 지..
하루 사이 봄 멧밭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밭엔 딸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봄철 뙤약볕은 하루가 무섭다. 모종 올라오는 기세를 보니 역시 다르다. 애호박 모종 옥수수모종
똘 치고 북돋우고 요즈음 시간이 나는대로 땅을 판다. 뽀얀 김이 솟아오른다. 이 맘때면 늘 풋풋한 흙냄새를 가다려왔다. 겨우내 웅크렸던 심신이 땅 냄새에 풀린다. 짜투리 땅은 수건포로 파서 뒤집는다. 삽질 밖에 도리가 없다. 금방 끈끈하게 땀이 난다. 입었던 옷을 하나씨 벗어 옆에 있는 매실나무 가지에 걸쳐놓는..
애호박 말리기 가을 햇살이 보드랍다.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인다. 얼음이 얼기 전에 이것도 거두어야 한다. 늦가을에 많이 열리는 애호박이다. 밭두렁 가장자리 군데군데서 따서 모았더니 스무개가 넘는다. 뽀얀 색깔이 벌써 맛깔스럽다. 사나흘에 벌써 꾸들꾸들하다. 노니 염불한다는 옛말도 있으렸다. 시골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