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살이 상큼하다. 그야말로 백만불 짜리 햇볕이다. 그동안 어디 갔다 왔나 싶을
정도로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앞뜰에서 벼 익는 내음이 마파람을 타고 올라온다. 밤도
익고 배나무에 열린 배도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진다.
슬슬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얼마 전에 잡은 우럭은 망 속에서 잘 말랐다. 끝물 붉은 고추를
쪼개 말린다. 노각이나 호박도 거둬들이고 밭에 나딍구는 누런 호박은 단맛이 오르게 더
볕바라기를 한다.
느지막하게 빨간 고추가 익어가고 쉬엄쉬엄 하얀 고추 꽃이 피어나면서 샛파란 풋고추가
달린다. 곰살맞은 햇살 덕분이다. 어정쩡한 애호박도 말리는 편이 낫겠다. 토란대도 조금
씩 잘라다 손질한다. 너무 한꺼번에 잘라버리면 땅속에 토란이 들지않는다.
시나브로 이불, 옷가지도 꺼내 빨랫줄에 걸어서 말린다. 집 앞뒤 큰 창문을 활짝 열어제쳐
거풍을 한다.
하늘이 갈수록 푸르다. 가을은 역시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