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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눗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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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낭만에 대하여 갑자기 만들어진 임시공휴일 하나가 덧붙어 고속도로가 미어 터진다느니 어쩌니 해도 가로림만 남단의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 귀촌에 연휴란 없다. 일은 있다. 어제에 이어 개나리 울타리를 정비했다. 시눗대를 잘라냈다. 십 여년 전이다. 여기에 땅을 사서 터를 닦아 집을 지을 때 ..
귀촌일기- 두릅 따는 날 어제 내린 비에 한껏 자랐다. 어쨌거나 잘리고 잘라야 할 운명의 그날은 올해도 도리없다. 해마다 요맘때 딱 한번 맛볼 수 있다. 아랫밭 언덕바지와 수돗가 시눗대 울타리 사이에 얼기설기 서있는 두릅나무가 그것이다. 어쩌다 시야에서 놓쳐버려서 훌쩍 커버린 뒤에야 뒤늦게 새삼 발견..
귀촌일기- 참새는 들깨를 좋아해 "참새가 다 먹으유. 빨리 짤라유." 들깨밭을 지나가던 옆집 아주머니의 성화가 거세다. 아닌게아니라 참새들이 개나리 울타리, 뒤안 시눗대 숲에 진을 치고 있는 게 까닭이 있었다. "요건 참새가 다 까먹은 거래유." 새카맣게 된 들깨 가지 끝을 가리키며 설명까지 지극하다. 귀촌 10년에 모..
귀촌일기- 두릅인가 벙구인가? "멀리서 보니께..." 영감이 정적을 깼다. “용구새가 지대로 되었슈.” 영감은 지붕의 용마루를 보고 말했다. 저 밑으로 우리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양쪽 용두 사이에 용마루가 흐르고 귀마루가 멋을 부리며 막새가 가지런히 굴곡을 이루었다. “기와집은 저게 예쁘야 한다쿠데예.” “그..
봄은 온다...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대문간의 홍매도 피었다. 뒤안의 동백이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 피었다. 불어라 봄바람. 시눗대가 으악새 소리를 낸다. 여기 흔들리고 부대끼고 시달리는 시눗대가 있기에 저만치 봄이 오는 줄 안다. - - - - - 그렇게나 바람 불어삿더니 촉촉히 비가 내린다. 처마의 홈통으로 밤새 잠결에도 ..
월동(3)- 김장 독 땅 속에 묻힌 독이다. 몇 년 전 장독 2개를 수돗간 옆 앵두나무 사이에 묻었는데 그동안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첫눈 내리는 아침을 지나 햇살이 퍼지자 장독 주변을 정리하고 물을 부어가며 독을 가셨다. 집사람이 무엇에 쓰려는 지 모르지만 아뭏던 두 개의 야무진 저장고가 탄생..
가을에 핀 수선화 오랜만에 붓을 들어보았네. 소슬바람에 창가 시눗대 부딪치는 소리 수선화 오늘도 봄은 나에게 피어나고 있다
일상 열시 이후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흐릿하던 하늘에서 그 때부터 햇살이 살아난다. 오늘도 이마 벗겨지겠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간사지 너머 산등성이 흰 뭉게구름에 하늘 가운데는 이미 쪽빛이다. 오늘은 여덟시부터 동밭의 잡초를 맸다. 가지, 토마토, 들깨가 있다. 열흘 전에 매줬는데 어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