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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두릅인가 벙구인가?

    

 

 

 

 

 

  "멀리서 보니께..."

영감이 정적을 깼다.

  “용구새가 지대로 되었슈.”

  영감은 지붕의 용마루를 보고 말했다. 저 밑으로 우리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양쪽 용두 사이에 용마루가 흐르고 귀마루가 멋을 부리며 막새가 가지런히 굴곡을 이루었다.

  “기와집은 저게 예쁘야 한다쿠데예.”

  “그렁게 기와집이 어려운기여.”

  “잔소리 깨나 함시러 신경 썼지예...”

  “허허, 모텡이에 벙구나문 원제 심었다나? 근디 대나문 집 뒤에 심지마랑께. 거참, 말 안 듣네그려.”

  갑자기 화제가 바뀌어 나를 긴장시켰다.

  영감은 봄에 심은 참두릅나무를 이제야 보았다. 당초 시눗대를 뒤란에 심었더니 온 동네가 요란했다. 뿌리가 번지는 날이면 어떻게 감당할거냐 방구들 뚫고 올라온다는 소리 못 들었느냐는 둥 곧 큰 일이 날듯 오가는 사람들의 입쌀이 거셌다. 

  “그러구 밥풀꽃 말이여. 개나리 새다 심었던디, 앰기야 할기여.”

  지난봄에 밥풀 꽃이라면서 두 그루를 나에게 주었다. 임시로 심어두고서 미처 제 자리를 찾아 옮기지 못했다.

내가 잊어버리고 있던 밥풀 꽃을 영감은 언제 어떻게 보았는지 용케 기억을 건져냈다. 그저 지나치는 것 같아도 볼 건 다 보는 영감의 눈썰미는 오늘도 칼날이었다. ...

 

 

10년 전, 귀촌 직후의 어느 봄날,

70대 버갯속영감과 50대인 내가 우리집 뒤 언덕바지에 앉아 나누였던 대화를

나는 '버갯속영감'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여기에 벙구나무니,참두릅나무니 하는 얘기가 나온다.

 

 

 

 

내가 보기에는 두릅인데 동네사람들은 벙구나무라 한다.

 

두릅이든,벙구라 하든 개나리, 시눗대와 함께

우리집 울타리의 역할을 담당하며 자라고 있다. 

귀촌의 역사와 같이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일년내내 알다가도 모르게 무심코 지내다가

봄 철 이 때만 딱 한번 눈을 마주칠 뿐이다.

그것도 예쁘게 올라오는 이 좋은 계절에

새 순을 모질게 잘라버리는 소이연을 아는체 모르는체

벙구는 잘 자라준다.

 

쑥이니,미나리니 하며 거쳐온 맛의 향취는 결국 

귀공자 벙구가 완성한다. 

 

오늘 벙구나무 순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