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어깨죽지가 아프다.
우리집 감자밭 한 이랑 길이는 거의 50미터다.
건너편으로 넘어가려면 이랑 중간에 통행로를 서너 군데
뚫어주어야 한다.
아직 작물이 자라지않은 지금이야 고랑을 딛고서 사쁜히 넘나들 수 있지만
날이 풀리면 곧 상황이 달라진다.
먼 거리를 돌아가는 참을성도 처음 몇 번이지
비지땀이 흘러내리는 오뉴월엘랑 에라 모르겠다며 은근슬쩍 뛰어넘다가
지나가는 뱀에 발을 들여놓기 다반사요,
물을 준답시고 호스를 걸쳤다가 잘 자라고 있는 감자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밀쳐 뭉개버리거나 송두리째 꺾어놓기 십상이다.
그럴 바에야 애당초 길을 트는 편이 낫다.
감자밭 '보행자 건널목'이다.
감자를 심고 비닐멀칭을 할 때 쇠막대를 꽂아 '횡단보도 부지'임을
미리 측량해두었었다.
느지막한 시간에 그 공사를 마치긴 마쳤다.
어깨죽지가 아픈 건 그 일 때문이 아니다.
날마다 오늘은 이 일이다 작정을 하고 문을 나서나
밭에선 엉뚱한 일에 하루해가 저물고 만다.
매실나무와 밭고랑 사이에 너저분한 마른 잡초를 제거했다.
지난 해 가을의 잔재다.
두어도 그만 걷어도 그만, 거름이 되기는 매일반이다.
건성으로 시작한 게 시간이 많이 잡혔다.
쇠스랑으로 긁고 일일이 걷어내서 매실나무 둔덕에 올리고 나니
밭과 나무 사이의 경계가 드러나면서
우선 보기에 시원하다.
그리고 축대 밑에 물고랑을 팠다.
장마에 앞서 해마다 한번 쯤 정리를 하는 일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다 마침 내일 비가 온다기에
이왕이면 서둘렀다.
잊어버릴가 지금 보이는 이것에 먼저,
혹시나 때를 놓칠가 눈에 띄는 저것에 손길이 닿는 게
농촌 일이다.
두서가 없다.
오늘이 꼭 그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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