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리 (250) 썸네일형 리스트형 두부는 부지런한 사람이 만든다 두부를 만들었다며 버갯속영감님 댁에서 손두부 한 모를 갖다주셨다. 조금 뒤에 안마을 박 회장댁 사모님이 마실걸음을 하면서 두부와 도토리묵을 가져왔다. 다들 설 명절을 앞두고 두부를 만들었기에 나눠먹는 마음 씀씀이인 것이다. 명절이 좋긴 좋다. 두부 만들기는 손이 많이 잡히는 작업이다. 게다가 두부를 만들면 굴뚝엔 콩을 삶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맷돌 돌아가는 소리... 담 너머로 소문이 나기에 자칫하면 인심 사납다는 소릴 듣기 십상이다. 여간 많은 분량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어은-도내 방조제...철새 마을 부녀회는 알뜰살뜰 부자다 화장지 뭉치가 현관 앞에 놓여 있다. 년초 마을 부녀회 정기 총회는 코로나로 생략되었기에 총회 때 38명의 회원에게 나눠주려던 기념품을 집행부에서 가가호호 일일이 배달해준 것이다. 같이 따라온 2020년도 부녀회 결산 내역서를 살펴보았더니 여간 알뜰살림이 아니다. 제돈인양 막무가내 퍼쓰기에 골몰하는 우리나라 정부 예산 당국이 한수 배워야겠다. 530만 원 흑자다. 웬 떡이냐? 읍내 잠시 다녀온 사이에 현관 앞에 배달된 포장 상자 하나. 열어보았더니 떡국 떡이었다. 알고보니 마을 경로회장과 총무가 회원들에게 가가호호 일일이 배달했던 것이다. 눈발이 날리는 이 궂은 날씨에. 해마다 겨울 농한기에 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을 개방하는데 부녀회에서 조를 짜서 점심 식사를 대접하므로 하루종일 훌륭한 놀이터가 되었다. 태안군청에서 관내 경로회 단위로 점심 식사용 백미를 지원해왔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마을회관이 폐쇄되어 10 키로 짜리 열다섯 포대의 쌀이 고스란히 남아버린 것. 문 회장과 이 총무가 떡국 떡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나눠주기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저울에 달아보니 7.5 키로다. 오늘이 대한, 겨울의 막바지에 떡국 한번 실컷 먹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겨울은 간다 얼음구멍치기도 한 때. 칼바람이 대순가. 아예 텐트를 치고 끼니는 라면, 쪽잠으로 밤을 새는 꾼들도 있다. 어제 잠시 누그러지더니 다시 추워졌다. 동장군은 섣불리 퇴각하지 않는다. 하룻새 낚시 인파가 더 늘었다. 내일은 또 얼마나 붐비려나. 이러구러 겨울은 간다. 15 센티 두께... 얼음은 언젠간 녹는다. 왕진 가신 보건소 소장님 '아항, 마을 보건소 소장님도 왕진을 가시는구나...' 귀촌 16년에 오늘 처음 알았다. 왕진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나타났던 그시절 의사선생님의 근엄한 얼굴과 여자 소장님의 유쾌한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왕진의 추억... 보건소는 읍내 오가는 길 가에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혈압, 당뇨, 코레스테롤 등 간이 검사를 하면서 집사람과 쾌활무비한 수다를 나누곤 한다. 보조원이 없는 붙박이 1인 소장이어서 그동안 자리를 빈 적이 없었다. 숙원사업...비닐하우스 지붕씌우기 일도 일 같지 않은 일이 있다. 그러나 하찮은 일이면서 스스로 할 수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집 찢어진 비닐 하우스 비닐 덧씌우기 작업이 그렇다. 길이 10 미터 남짓에 폭 5 미터 크기의 우리집 비닐 하우스. 아주 소형이다. 내가 할 수 있다면야 이까짓 하루 아침에 해장꺼리도 안.. 씨오쟁이가 없으면 내일이 없다 나이 든 분들은 일흔이 넘은 안마을 박 회장을 아직도 '오쟁이'라 부른다. 자손이 귀하다는 뜻으로 선대 어른들이 붙여준 별호, 兒名일 것이다.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오쟁이는 베고 잔다'는 속담이 있다. 종자를 받아 보관하는 망태기를 씨오쟁이라 했다. 우리집 씨오쟁이는 내 머리맡에 .. 이전 1 2 3 4 5 6 ···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