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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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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은 모두 어디 가고... 한바퀴 마을을 돌아보면 젊은이들이 없다. 농사일에 눈에 띄는 이들은 70대다. 그나마 일손을 움직이는 남정네 아낙네 축에 속한다. 청춘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자식들은 다들 외지로 나가고 어쩌다 귀촌 의향을 은근 슬쩍 물어보면 하나같이 묵묵부답이라는 푸념만 마을 통신으로 간간이 들려온다. 오늘도 나는 동쪽 자투리 밭에 풀을 깎았다. 요즘 내가 되풀이하는 주 레퍼토리다. 마늘 양파 심는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도 자주 양파를 심어 볼 요량이다. 트랙터 밭갈이를 부탁하자면 잡초부터 제거해두어야 한다. 어쩌다 돋아난 박 줄기에 박꽃이 한창이다. 새끼 박이 앙증맞다. 대봉감이 익어간다.
밥솥을 열었다 새끼 고구마와 옥수수 알갱이. 추수가 끝난 뒤 모아 두었던 자투리들이다. 저장해두면 식량이 된다. 옥수수는 오랫동안 삶아야 부드러워진다. 30분을 1차로 먼저 삶은 뒤 불린 쌀 위에 얹어 밥을 한다. 밥 내음이 구수하다. 지난 한 해를 생각한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은 큰 데서만 있는게 아니다.
내년 농사는 퇴비 거름 준비부터
첫 오이... 오이 겉절이의 추억 올해 처음 딴 오이다. 이제부터 하루가 다르게 줄줄이 열릴 것이다. 해마다 그랬듯 숭숭 썰어 뚝딱뚝딱 집사람이 만들어 낸 햇오이 겉절이 맛... 풋풋하고 상큼하다. 변함이 없다. 이 맛으로 채마밭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다.
농부, 일은 하기 나름 씨감자를 심은 뒤 곧장 밭이랑 비닐 덧씌우기작업에 매달려 거의 일주일째 하고 있다. 이쯤 크기 밭뙤기, 힘깨나 쓰는 장골들이야 하루 반나절이면 거뜬히 해낼 일이다. 아무려나. 처음엔 버거워 보이던 일도 일단 시작하고 나면 어느새 끝이 보인다. 사래가 길어 하루에 한 줄씩 하다가 어젠 나도 모르게 두 줄을 했다. 마침 햇살이 좋았다. 풋풋한 흙냄새 맡아가며 땅과 더불어 하는 일... 참 좋다. 봄이다. 오늘은 진종일 오락가락하며 빗방울이 듣는다. 봄날에 어쩌다 봄비, 이런 비 쯤이 무슨 대순가. 사방이 탁트인 밭이라 이웃사람들이 지나가다 한마디씩 거든다. "쉬었다 해유... 혼지서두 용케 잘하시네유." "어찌그리 이쁘게 지어셨대유♩". "뭘 심을 거유?" 밭둑을 가운데 두고 나누는 대화, 기분좋은 말들이다..
단감과 사탕감... 귀촌의 소소함에 대하여 매사에 시시콜콜 분석하고 따지는 성향이 아닌데다 세월이 갈수록 그게 싫다. 그렇커니 하고 지나가는 편이 편하다. 오늘 안마을 버갯속영감님댁에 갔더니 90세 '버갯속할머니'가 조금 전에 아들이 사다리에 올라가서 '사탕감'을 잔뜩 땄다며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주시더라. 여기 충청도 지방에선 단감 대신 사탕감이 대세다. 이웃 아주머니도 우리집 단감나무를 으레 사탕감나무로 알고 있다. 며칠 전에 내가 단감을 따고 있는데 "올해 사탕감 많이 열렸슈!..." '사탕감'에 힘주어 방점을 찍으며 한 말씀하고 지나갔다. 귀촌 17년이 되도록 사탕감을 맛 본 기억이 없는건 우리집에 단감이 있는데 굳이 사탕감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 마침 잘 됐다. 단감과 사탕감이 어떻게 다를까? 모양과 크기, 맛은? 사탕..
어떤 시도...밥상의 예술 '농사는 예술이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관점이다. 모든 예술 창작의 원천이 흙에 있고 자연에 있다고 믿는다. 산이 보이고 들이 있는 곳. 봄에 모종을 키워 재배한 토란이 긴 여름을 지나 가을 어느날 토란탕이 되어 식탁에 오르고, 밥솥에서 갓펀 밥 내음이 오늘따라 또 다르다. 고구마 말랭이를 잘라 밥솥 밥에 얹졌더니 고구마밥의 또 다른 맛. 별게 아닌듯 별 것. 맛의 예술. 이렇게도 만들어 먹어보고 저렇게도 해서 먹어보고...
농사가 예술이다 봄바람이기로서니 그것도 어느 정도지 사흘 낮밤을 쉬지않고 불어댄건 드문 일이다. 날아갈 건 다 날아갔다. 아랫밭 비닐 멀칭 작업이 하루 중단되었다. 이미 해논 것도 염려되어 밤새 노심초사했다. 다행이었다. 한 줄이 쬐끔 펄럭거리기에 이내 복구작업을 해서 보강을 했다. 바람에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