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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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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어물전의 쓸쓸함에 대하여 재래시장에 볼일이 있다는 집사람을 따라갔다가... ... 인적 드문 겨울 시장은 언제나 을씨년스럽고 춥다. 어물전 입구 어느 가게 좌판을 한 남정네가 잠시 기웃거렸더니 '오늘은 물템뱅이가 물이 좋아유**'하며 여자 주인장이 전기 장판 깔고 앉았던 자리에서 부리나케 일어나 다가와 권한다. 그냥 올 수 없어 돌아온 집사람에게 눈짓을 해 '벌교 꼬막'을 7천원에 한 봉지 샀다. 쓰잘데 없이 번잡스레 기웃거린 죄(?)로...
남정네 아침 밥상 그제, 어제, 오늘 사흘 동안 내가 직접 만든 아침밥. '남정네의 아침 밥상'이다. 대파,양파,토마토,비트,마늘... 우리 채마밭에서 여름내내 직접 생산한 재료들이다. 검붉은 고추도 미인고추라 전혀 맵지 않다. 한 두가지 재료는 차이가 있으나 반드시 라면 한 조각이 들어간다는 것. 식감도 식감이지만, 라면에 대한 향수 때문인가?
5월, 농촌은 다들 바쁘다 온 마을이 남정네는 남정네대로, 아낙네는 아낙네대로 다들 바쁘다. 5월은 농번기... 나만 바쁜 게 아니다.
동태포와 서더리탕의 추억 읍내 시장에 가면 가끔 볼 만한 게 있다. 동태 포 뜨기. 한 마리 5.000원. 능수능란한 솜씨가 가히 예술이다. 달라면 서더리까지 몽땅 싸서 준다. 대가리, 뼈다귀, 알, 이리... 안가져간 사람 몫까지 툭툭 잘라서 푸짐하게. 재래시장 어물전의 이방인, 한 남정네가 오늘따라 동태전보다 서더리탕에 관심이 기우는 건, 지난날 소주 한 잔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겨울로 돌아가나, 갑자기 날이 다시 추워졌다. 이런 날... ... 역시 알싸한 서더리 매운탕이 제격.
농한기, 남정네가 하는 일 오늘따라 햇살이 좋았다. 걷기운동을 가다 보니 안마을 박 회장이 마누라 일을 거들고 있다. 말린 감태를 거두어 들이는 작업이다. " 웬일로 오늘은 읍내 출입이 없소이다? "하고 농담을 걸었더니, 넙죽히 웃고 말더이다. 나는 걷기운동에서 돌아와 그 길로 오후 내내 어저께 절여 놓았던 배추로 백김치를 담겄다. 이 만한 재료에 맛이 안 날 수 없다. 숙성이 되려면 사나흘은 걸린다. 며칠 전에 담갔던 백김치가 지금 한창 맛이 들었다.
마실이 남정네를 귀찮게 하네... 농한기는 더더욱 마실 다니기 딱 좋다. 이제 곧 다가오는 봄이 되면 또다시 눈코 뜰 새 없다. 남정네들이 모르는 스트레스 해소, 수다. 시시콜콜 마을 정보 교환 등등... 잇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주거니 받거니 물물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아낙네들의 마실은 또 다른 세계다. 집사람이 마실 길에 가방을 메고 나선다. 저 가방 안에 오늘은 무엇이 들었을까?... .... 한참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무거워서 들고 갈 수 없으니 차를 가지고 와 달란다. 하던 일 만사 제폐, 달려갈 수 밖에.
7학년의 식사 당번...한 끼 쯤이야! 3년 전이다. 1 년여 아침식사를 남정네가 준비한 적이 있었다. 집사람이 어느 날 뜨거운 물에 데인 안전사고를 기화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었다. 2년 전 겨울 나기 베트남 여행을 계기로 정상화(?)되었는데, 최근 들어 상호합의 아래 아침 밥상은 내가 준비하는 걸로 은근 슬쩍 다시 회귀했다. 까짓껏, 삼시 세끼에 한끼 쯤이야. 7학년 시절의 식사 당번... 재밌고 맛 있으면 그만. 야채 버섯 볶음과 배추나물이 요 며칠의 아침 밥상의 주 메뉴.
남정네가 끓인 청국장 남자라고 못하나요. 가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내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어 먹기를 좋아한다. 청국장을 만들어 보았다. 둘러보면 모두 있는 재료다. 된장에 멸치 육수를 만든 다음, 시큼한 김치를 참기름 몇 방울에 살짝 볶는게 청국장 맛을 내는 지름길. 스산한 이 계절에 따끈한 청국장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