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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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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네 아침 밥상 그제, 어제, 오늘 사흘 동안 내가 직접 만든 아침밥. '남정네의 아침 밥상'이다. 대파,양파,토마토,비트,마늘... 우리 채마밭에서 여름내내 직접 생산한 재료들이다. 검붉은 고추도 미인고추라 전혀 맵지 않다. 한 두가지 재료는 차이가 있으나 반드시 라면 한 조각이 들어간다는 것. 식감도 식감이지만, 라면에 대한 향수 때문인가?
5월, 농촌은 다들 바쁘다 온 마을이 남정네는 남정네대로, 아낙네는 아낙네대로 다들 바쁘다. 5월은 농번기... 나만 바쁜 게 아니다.
동태포와 서더리탕의 추억 읍내 시장에 가면 가끔 볼 만한 게 있다. 동태 포 뜨기. 한 마리 5.000원. 능수능란한 솜씨가 가히 예술이다. 달라면 서더리까지 몽땅 싸서 준다. 대가리, 뼈다귀, 알, 이리... 안가져간 사람 몫까지 툭툭 잘라서 푸짐하게. 재래시장 어물전의 이방인, 한 남정네가 오늘따라 동태전보다 서더리탕에 관심이 기우는 건, 지난날 소주 한 잔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겨울로 돌아가나, 갑자기 날이 다시 추워졌다. 이런 날... ... 역시 알싸한 서더리 매운탕이 제격.
농한기, 남정네가 하는 일 오늘따라 햇살이 좋았다. 걷기운동을 가다 보니 안마을 박 회장이 마누라 일을 거들고 있다. 말린 감태를 거두어 들이는 작업이다. " 웬일로 오늘은 읍내 출입이 없소이다? "하고 농담을 걸었더니, 넙죽히 웃고 말더이다. 나는 걷기운동에서 돌아와 그 길로 오후 내내 어저께 절여 놓았던 배추로 백김치를 담겄다. 이 만한 재료에 맛이 안 날 수 없다. 숙성이 되려면 사나흘은 걸린다. 며칠 전에 담갔던 백김치가 지금 한창 맛이 들었다.
마실이 남정네를 귀찮게 하네... 농한기는 더더욱 마실 다니기 딱 좋다. 이제 곧 다가오는 봄이 되면 또다시 눈코 뜰 새 없다. 남정네들이 모르는 스트레스 해소, 수다. 시시콜콜 마을 정보 교환 등등... 잇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주거니 받거니 물물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아낙네들의 마실은 또 다른 세계다. 집사람이 마실 길에 가방을 메고 나선다. 저 가방 안에 오늘은 무엇이 들었을까?... .... 한참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무거워서 들고 갈 수 없으니 차를 가지고 와 달란다. 하던 일 만사 제폐, 달려갈 수 밖에.
7학년의 식사 당번...한 끼 쯤이야! 3년 전이다. 1 년여 아침식사를 남정네가 준비한 적이 있었다. 집사람이 어느 날 뜨거운 물에 데인 안전사고를 기화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었다. 2년 전 겨울 나기 베트남 여행을 계기로 정상화(?)되었는데, 최근 들어 상호합의 아래 아침 밥상은 내가 준비하는 걸로 은근 슬쩍 다시 회귀했다. 까짓껏, 삼시 세끼에 한끼 쯤이야. 7학년 시절의 식사 당번... 재밌고 맛 있으면 그만. 야채 버섯 볶음과 배추나물이 요 며칠의 아침 밥상의 주 메뉴.
남정네가 끓인 청국장 남자라고 못하나요. 가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내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어 먹기를 좋아한다. 청국장을 만들어 보았다. 둘러보면 모두 있는 재료다. 된장에 멸치 육수를 만든 다음, 시큼한 김치를 참기름 몇 방울에 살짝 볶는게 청국장 맛을 내는 지름길. 스산한 이 계절에 따끈한 청국장이 딱이다.
남정네가 만든 '감자 옹심이 수제비' 남정네도 수제비 쯤은 끓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지은 감자 농사. 방금 캔 감자. 햇감자 새알 수제비... 소매 걷고 쓱싹쓱싹 만들어 보았다. 후딱 해먹는 음식이 더 맛있다. 오늘이 초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