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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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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에 앉아서 햇살이 비켜드는 이른 아침 시간이 일하기에는 참 좋다. 상쾌하다. 생기가 돈다. 그 시간에 밭에 나간다. 보이는 게 일. 밭에 가면 무슨 일이든, 할 일이 있다. 오늘은 대파밭과 쪽파밭에 잡초를 뽑았다. 철 지난지가 언젠데 '날 좀 보소!'하며 아직도 달려나오는 알토마토를 본 김에 따주었다. 흩뿌려둔 얼갈이배추도 솎아주고.
황금 노랑배추, 나를 바쁘게 하네! 집사람의 읍내 나들잇길에 청상치 모종 몇 개 사오랬더니 배추모종이 한무더기 따라 왔다. 모종가게 아지매가 가져다 심어보라며 크게 선심을 쓰더라는 것이다. 보통 배추가 아니고 '황금 노랑배추'란다. 결구하면 배추 속살이 황금처럼 노랗다는 말. 갈수록 기능성 채소들이 등장하는 세상에 종자 개발의 끝은 어디까지? 갑자기 등장한 황금배추때문에 하여튼 오늘 바빴다.
밤새 폭우, 모종은 안녕하신가? 밤중에 비가 많이 왔다. 잠결에 듣자하니 폭우다. 마당에는 대파 모종이 있고, 밭에는 배추모종이 있다. 배추모종은 심는 도중에 갑자기 비가 내려 그대로 밭 이랑 위에 두고서 퇴각을 했었다. 비는 그쳤다. 오늘 첫 작업은 배추 모종을 마저 심는 일. 옆에 토마토 밭을 다시 일구어 대파 모종을 심었다. 명색이 오늘부터 가을인데 왠 비는 이렇게 오며 깍다귀는 이다지도 성가신지고.
비 때문에, 긴급대피 어제 모습 오늘 모습 농부의 손길이 닿으면 모습이 달라진다. 지난 봄에 밭갈이 할 때 김장배추 심을 요량으로 비닐멀칭을 해두었던 자리다. 여름을 지나면서 고랑에 끼어든 잡초를 간단히 정리하고, 어제 심다만 배추모종을 다시 심기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왕방울만 한 빗방울이 또닥거린다. 국지성 호우라 언제 어느 순간에 들입다 퍼부을지 몰라 예취기만 집어들고 하우스 안으로 일단 긴급 대피. 아니나 다를까 이내 그칠 비가 아니다.
올해 김장은 배추 105포기 옥수숫대를 뽑아낸 밭에 김장배추 모종을 심으면 튼실하게 잘 자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올해 옥수수 심었던 자리가 두 군데다. 여길 개간해서 김장배추 모종을 심기로 했다. 읍내 나가서 배추모종 한 판을 사왔다. 연결 포트에 배추모종 105개짜리다. 오늘은 우선 30개를 심었다. 흐릿한 하늘에서 심심하면 빗방울이 듣는 하루. 모종 심기에는 딱이다. 땀도 덜나고.
오이,토마토... 비닐 하우스 시험 재배 초봄에 모종을 심었던 멧밭 노지의 오이와 토마토는 이미 줄기가 말랐다. 오이는 껍질이 단단하게 노각이 되었고, 토마토는 잦은 비에 갈라져 뭉개 터졌다. 이젠 그루터기를 뽑아낸 자리를 김장 대왕무, 알타리무, 김장 배추 모종에게 양도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비닐 하우스에 심어둔 오이와 알토마토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 줄기가 뻗어나 꽃이 피고 열매가 열어 지금이 한창 때다. 언제가지 가나 하며 퇴빗장을 풀어 거름을 덤뿍 주었다. 찬이슬 내리고 무서리까지 어디 두고 보자. 오이, 토마토.
김장 준비, 일 할 맛이 난다 역시 계절은 못속인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확 달라졌다. 그동안 땀 많이 흘렸다. 하루에 세번 샤워한 날도 몇 있다. 비로소 일 할 맛이 난다. 오늘은 알타리무 씨앗을 뿌렸다. 곧 대왕무 씨앗도 넣을 참이다. 올핸 남도갓도 심어볼가 한다. 월동 김장 준비는 지금부터다. 김장배추 모종이 모종시장에 선보일 날이 머지않다. 봄에 밭갈이해서 비닐 멀칭을 해두었던 밭이랑. 비닐을 걷어내고 괭이나 삽으로 일구어 가며 종자가 준비되는대로 차례차례 해나간다. 씨오쟁이에 남아있던 꽃상치와 얼갈이 배추 씨앗이 보이기에 마저 뿌려두었다. 꽃상치는 월동도 가능할 것 같다.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배추는 살아있다 ‘겨울이 되고서야 소나무와 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어디 송백뿐이랴. 겨울 채마밭에 배추. 지난 가을 김장배추가 그대로 남아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맹추위가 그동안 몇 날 며칠이던가. 봄날 식탁에 봄동 겉절이.... 그리고 노란 배추꽃 필 때를 기다려 삼동설한을 넘길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