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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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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와 고라니 우리 채마밭에 고라니떼가 지나갔다. 상치를 싹뚝싹뚝 잘라먹었다. 그것도 위에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서. 마당에 감나무 세 그루. 아침마다 조회를 하듯 직박구리가 떼지어 날아온다. 먹다가 떨어뜨린 홍시가 맛있다. 고라니도 먹고 직박구리도 먹고... 사람도 먹고. 이게 자연이다.
만추
만추, 일 삼아 놀이 삼아 입동이 코 앞, 상강을 지나면서 무서리가 내려도 몇차례나 내렸는데도 알토마토 한 그루는 건재하다. 쉬임없이 열어준다. 기특하다. 한동안 가차없이 날아들던 날새들이 왠지 요즘 뜸하다. 굳이 우리집 감나무 홍시가 아니라도 여기저기 들릴 데가 많은가 보다. 익어가는 가을... 서두를 것 없다. 눈에 보이면 오다 가다 몇 개 씩 딴다. 일로 삼으면 힘이 든다. 만추의 묘미는 이런 것.
감을 따면서 홍시로 익어가는 감나무 주변이 갈수록 요란하고 소란스럽다. 작년에 비닐 하우스에 걸어두었던 감따기 장대를 찾아 양파망으로 감망을 만들어 감따기 준비를 했다. 감 따는 묘미는 감나무 가지를 뚝뚝 뿌러뜨려가며 따는 거다. 똑같은 일이라도 맛이 다르다. 높게 달린 홍시는 직박구리나 까치떼 날짐승들에게 내 주기로 작정하고 낮은 가지에 열린 감부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쉬엄쉬엄 따기로 했다. 숫자를 헤아려보니 300 개, 석 접은 가뿐히 될성 싶다. 이틀동안 딴 감은 재활용으로 빈 보루박스에 넣어 보관했다. 두 박스에 70 개다. 곧 홍시가 될 것이다.
가을 마당
진짜 홍시맛! 감나무 밑에 가면 풀밭에 홍시가 떨어져 있다. 체면 불구, 입가를 훔쳐가며 깨진 홍시를 그자리에서 줏어 먹는 맛... ... 까치가 파먹다가 떨어뜨려준 홍시가 더 맛있다는 걸 아는 사람만 안다.
귀촌, 그리고 '코로나 블루' 언제나 그렇듯 눈이 내린 날은 더더욱 조용하다. 창가에 홍시 두 개가 참 따뜻하다. 바깥 홍시 상자에서 막 꺼내온 홍시다. 년말 년시를 맞아 안부삼아 친지들과 통화를 해보니 갑갑하고 답답한 '집콕' 이야기가 주류다. 앞뒤 아귀가 안맞는 정치 방역으로 긴장의 끈을 엉뚱한데서 조인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코로나 블루'로 나타나고 있다. 아침나절에 읍내를 다녀오다 북창정미소 근처에서 차를 세워 집사람이 내렸다. 집까지 2 키로 남짓 거리를 걷는 것이다. 나는 저녁무렵에 솔밭길을 걸었다. 북풍 바람 찬 날은 수로를 돌아오는 들판보다 해송이 아기자기한 솔밭 오솔길이 딱이다. 소소한 귀촌의 하루. 코로나를 잊고 산다.
대봉 홍시, 그리고... 함박눈이었다. 눈이 오려면 좀 더 올 것이지 진눈깨비로 변하면서 내리다 말았다. 햇살이 돋았다. 곧장 한파가 닥친다기에 따다둔 한 접 남짓 대봉감을 서둘러 분류했다. 잔가지를 잘라내고 홍시가 거의 다 되 이내 먹을 감과 한동안 익기를 기다려야 하는 감을 구분하여 나누어 담는 작업이다. 딸 때 땅에 떨어지면서 깨진 놈도 더러 있다. 큰 방 창가에는 두 접 가량의 단감이 대봉이 오기를 기다리며 이미 터를 잡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감식초를 담글 요량이다. 겨우내 한두 개씩 꺼내 먹을 대봉홍시야 남겨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