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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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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콘 구출하기, 나도 이젠 나이가... 야콘이 잡초 덤불에 갇혀서 보이질 않는다. 잡초 등쌀에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여름내내 긴 장마로 내 손길이 닿지 않았다. 한 두 번 잡초 뽑는 발걸음을 건너뛰니 영영 속수무책이 되어버렸다. 귀촌 20년에 잡초에 포로가 된 해는 처음이다. 나도 나이가 들만큼 들었다는 징조다. 가을에 야콘 캘 때 잘라둔 뇌두를 한 겨울 동안 실내에 보관해 두었다가 이른 봄에 꺼내 모종을 만들어 가며 야콘을 재배해온 지 10 년이 넘었다. 늦은 가을에 생산되는 먹음직스럽고 튼실한 야콘도 야콘이지만 이런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야콘 종자이라도 건져야겠는 마음으로 뒤늦게 나마 잡초 제거에 나섰다. 11월 서리 내릴 때까지 가을 햇살에 힘 입어 종자용 뇌두라도 건져야 할텐데... 글쎄. 야콘 이랑이 차츰 정리되면서 모습을 되..
농부란? 시골 농촌에서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어리석다. 농부가 아닌 사람이 있을까? 나는 농부다. 농부의 보람은 땅을 파서 다듬어 심고 가꾸는 일이다. 추수의 기쁨은 다음이다. 올해는 긴 장마로 애를 먹었다. 잡초가 기승을 부렸다. 통제불능이었다. 귀촌 20년에 처음이다. 초봄에 비닐 멀칭을 한 뒤 가을 김장 채소 심을 자리를 비워 두는데 여름을 지나며 고랑 틈새로 완전히 잡초가 뒤덮어 버린 것. 김장 준비는 다가오고... 내 키를 넘는 잡초를 예취기로 걷어내고 멀칭을 해둔 고랑을 괭이로 다시 정리해서 김장배추, 김장무, 알타리무, 쪽파, 대파를 심었다. 보름 걸렸다. 이제 드디어 뿌린 종자들이 뾰쪽뾰쪽 새싹이 되어 올라오고 모종들이 뿌리를 내리며 자리를 잡았다. 가을 햇살에 무럭무럭 자라는 일만 남았다.
능소화와 백일홍 그리고...구름꽃 산 노을에 두둥실 홀로 가는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 부평초 같은 마음을 한 송이 구름꽃을 피우기 위해 떠도는 유랑별처럼 내마음 별과같이 저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 오래 핀다 해서 백일홍,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능소화가 연달아 피기 시작했다. 무슨 사연으로 능소화는 피자마자 뚝뚝 떨어진다. 낙화도 꽃. '내마음 별과 같이'에서 한 송이 구름꽃은 어떤 꽃일까? 뭉게구름일까 새털구름일까? 채운 무지개 구름, 조개구름일까? 아니면 그저 뜬 구름... ... 앞산 능선 너머 저 멀리 백화산에 꺼먹구름이 몰려온다. 올해 장마는 참 질기다.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다는 게 장마라는 옛말, 허사가 아니로고.
졌다! 채마밭에서 돌아오는 길 이럴 때 흔히들 하는 말로 한마디. ' 졌다! 졌어! ' 라고 한다. 잡초에 졌다. 어느 해인들 잡초에 이겨본 적이 있으련만 올핸 완전 참패다. 가뭄때는 엎드려 숨 죽이고 있더니 긴 장마에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다. 잡초 등쌀에 손 들었다. 그나마 건지는 건 덤으로 생각한다.
옥수수... 자연과 공존하는 법 오랜만에 옥수수 밭에 내려가보았더니... 초토화 되었다. 장마통에 먹을 게 없었던지 날짐승들이 날아들어 아직 익지도 않은 옥수수를 파먹었다. 죄다 버릴 순 없어 몇 개를 따와서 잘라내고 밥할 때 밭솥에 넣어 쪘다. 고소한 맛은 덜하지만 부드러워 먹을만 했다. 자연과 공존도 가지가지.
회춘? 앞산 솔밭길을 걷다 보니 나리꽃, 메꽃이 피었다. 가을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산야초 우리 토종 들꽃이다. 호들갑스럽지 않아 볼수록 수더분하다. 우리집 마당에 철쭉과 영산홍이 만개했던 시절은 지난 봄이었다. 웬일로 다시 피었다. 글쎄, 회춘이라 하기엔. 장마통에 꽃들도 시절을 잊었나?
장맛비는 내리고... 장마통에는 아예 건조기에 돌려 잘 말려야 한다며... 집사람이 빨래를 하는 동안 기다리며 읍내 어느 도심공원의 벤치에 앉아 더위를 식혔다. 어제는 이랬는데... ... 오늘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창대 같은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나비야 청산 가자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