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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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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견...귀촌의 樂이란? 올해 콩농사가 시원찮았다. 흰콩, 검은콩, 빨강콩, 동부콩... 여러 콩을 심었으나 별반 건진 게 없다. 콩이라 해서 모두다 같지 않다. 씨를 뿌려 꽃 피고 콩이 여는 시차가 다르다는 걸 생각치 못했다. 심심풀이 농가의 낭만, 콩깍지를 벗기며 콩 깔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 주일이나 고구마를 캔다고 캤는데 제대로 생긴 고구마가 없다. 대장쟁이집에 쓸 칼이 없다더니 올해도 고구마 농사 끝이 그렇다. 끼니마다 집사람이 쬐끔 성가실뿐 밥솥 밥에 얹져 먹는 새끼 짜투리 고구마의 진미. 잘 생긴 것 저리 가라다. 한결 맛있다. 오늘 저녁 밥상엔 콩밥이다. 아침나절에 콩을 까서 물에 불렸다가 지은 콩밥 또한 별미. 짜투리 고구마든 모듬 콩이든 모두 내가 지은 농사이니까. 마음이 편하면 반소사인들 어떨까, 입..
귀촌일기- 토속 돈나물 물김치, 바로 이 맛이야! 야들야들 보들보들한 돈나물은 초봄의 한 때의 먹거리다. 시골 냄새를 시각으로 먼저 압도하는 걸로 돈나물에 견줄만한 게 없다. 올해도 돈나물 초무침이 겨우내 묵은 반찬에 지친 입맛을 단번에 확 잡아주었다. 팔팔 끓는 강된장 국을 몇 술 끼얹어서 먹으면 향긋한 돈나물의 향취를 그..
귀촌일기- 바다로 나간 진돌이 오늘따라 눈이 별미네요. 목이 마른 참에...
귀촌일기- 3년묵은 무청 시래기의 비밀은? 지난 가을부터 여기저기 걸려있는 무청 시래기를 오늘 다시 갈무리를 한다. 해마다 그렇지만 지난 겨울도 시래기국, 시래기 나물로 많이 먹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러 나눠주기도 했다. 봄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기 시작하면 곰팡이가 핀다. 건조한 이맘때 비닐 봉지에 넣어 잘 봉..
뜻밖의 순무 김치 일부러 심은 순무가 아니다. 무 밭에서 김장무 사이사이에 너댓 포기가 저절로 자라나 있었다. 무 씨앗에 섞여 있었던 것 같다. 강화 순무를 오다가다 우연히 충청도에서 만난 셈이다. 집사람의 손길이 사뭇 분주하다. 이런저런 액젓에 쪽파, 빨간 물고추도 갈아넣어 버무린다. 우..
나문재 지난 주까지 새싹 티를 내더니 한 주일 만에 자랐다. 나문재를 보니 또 한해가 지나감을 안다. 나문재는 함초 사촌이다. 도내나루 선창 주변 모래톱에 지천이다. 오늘 새벽 산보길에 올 처음 걷어와 다듬어서 즉석 나물을 했다. 염생식물이라 소금 간이 필요없는데다 샛파란 시각부터 오감 만족. 계절..
귀촌일기- 말미잘탕 맛을 아시나요 버갯속영감님 댁에서 점심 먹으러 오라는 전갈이 왔다. 아침에 잠시 둘렀을 때 버갯속 할머니가 수돗간에서 말미잘을 다듬고 있는 걸 보았다. 생각했던대로 역시 말미잘탕이다. 오히려 전골에 가깝다. 말미잘은 요즈음쯤 제맛이 나는 계절의 미각이란다. "모래가 씹히는 게 성가세유. 많..
유화 교실 가는 길 점점 길어지는 하루의 해질 무렵이다. 창밖으로 색동 미술 배움터의 불빛이 은은히 새어나온다. 드르륵 미닫이 문 여닫는 소리는 정겹고 귀에 익었다. 여기까지 발걸음이 늘 갈등이다. 어둠이 깔리면 갈수록 움직이기 싫어지는 건 왜일가. 이런 구실에 저런 핑계를 덧칠하고선 실은 지난 주도 빼먹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