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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화 교실 가는 길

 

 

 

점점 길어지는 하루의 해질 무렵이다. 창밖으로 색동 미술 배움터의 불빛이 은은히 새어나온다. 드르륵 미닫이 문 여닫는 소리는 정겹고 귀에 익었다.

 

여기까지 발걸음이 늘 갈등이다. 어둠이 깔리면 갈수록 움직이기 싫어지는 건 왜일가. 이런 구실에 저런 핑계를 덧칠하고선 실은 지난 주도 빼먹었다. 우등상은 고사하고 개근상도 물 건너갔다.

 

오늘은 집사람이 태안읍내로 같이 나와 나를 색동학원으로 등을 떠밀어 들여다보내는 기발한 강수를 구사했다.

 

 

 

 

 

 

 

 

 

 

 

 

 

 

새 캔버스를 펼쳐놓았다. 오늘은 수선화를 그려볼 요량이다. 집 마당에 활짝 핀 수선화를 카메라에 담아 학원 오는 길에 사진관에 둘러 두어 장 사진을 빼왔다.

 

 

 

 

 

 

 

이완규 원장님의 지도가 옆에서 활활타는 난로의 온기만큼 따사롭다. 끊어질듯 말듯 말씨의 어눌함이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매력으로 제자들을 사로잡는다.

 

 

 

 

 

 

 

'거참, 수선화 그리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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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시 쯤이면 막간의 시간. 차 한잔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런 저런 화제가 만발이다. 30대와 60대가 어깨를 나란히 맞댄 이 때야말로 색동교실 만의 분위기다.

 

오늘은 박지혜 총무가 순대와 떡볶이를 준비했다. 손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자기 지갑을 열어 깜짝 즐거움을 선사하는 총무의 센스에 우리 총무님 하며 감탄한다.

 

 

 

 

 

 

 

 

 

 

 

 

그림도 좋지만 식후경. 원장님의 소주 두 병 출연도 분위기 연출에 적시타. 이슥한 밤에 입이 굼굼하던 차 먹고 마시니 이 아니 별미.

 

월요일 색동 유화교실의 밤은 이래서 저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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