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간 조카 일가가 잠시 다니러 나왔다. 광주에 있는 시댁 가는 길에 짬을 내서
들렀다.
외갓집 방문 기념 식수다. 일가가 모두 달라들어 소나무 한 그루를 정성스레 심었다.
나도 오랜 그 시절 국민학교 입학기념 나무 심기를 했지. 무궁화였다. 이사할 때 고이
파다 다시 심었으나 서울로 올 때 어쩔 수 없이 별리였다. 무궁화 잎에는 비리가 많이
붙어서 내내 지저분했으나 보랏빛 무궁화꽃은 늘 씩씩했던 기억이 살아있다. 그래서
그동안 다녀간 애들의 기념식수가 몇 그루있다. 소나무 커가는 모습을 때때로 중계할
참이다.
멀리... 보시라. 저 의젓함. 분위기는 혼자서 다 즐기고 있다. 세놈 중 요놈은 외국산.
이 녀석이 커서 오늘을 기억하려나.
떠난 뒤 이내 문자가 들어왔다. '짧은 시간이라 아쉬웠지만 저희를 위해 준비해주신
따뜻한 음식과 나무심기는 최고의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녀석들이 다녀간 자리에서 바라본 구도항이다. 가로림만이 저문다. 젊은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들 바쁜지.
(참고: 비리란 진딧물의 사투리로 정감이 있어 그대로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