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야들 보들보들한 돈나물은 초봄의 한 때의 먹거리다.
시골 냄새를 시각으로 먼저 압도하는 걸로 돈나물에 견줄만한 게 없다.
올해도 돈나물 초무침이 겨우내 묵은 반찬에 지친 입맛을 단번에 확 잡아주었다.
팔팔 끓는 강된장 국을 몇 술 끼얹어서 먹으면 향긋한 돈나물의 향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 또한 별미였다.
그러나 실은 요즘 해먹는 돈나물 물김치 맛은 아는 사람만 안다.
조금 더 지나면 돈나물도 꽃이 핀다. 줄기도 거칠어진다.
지금 이때 담가 먹는 돈나물 물김치야말로 옛날식 토속 그 맛이다.
돈냉이김칫국이라고도 불렀다.
습기가 있고 약간 응달진 곳이라면 무성하게 어디든 보인다.
잡초 사이에 얼기설기 자란 돈나물은 잎도 크고 줄기가 부드럽다.
맨땅에 되바라지게 자란 건 먹을 게 없을 뿐더러
다듬기가 성가시다.
별반 들어가는 것도 없이 오늘도 슥삭슥삭 손바람 내며 간단하게 담근다.
돈나물의 맛을 살리려면 재료가 복잡하지않아야 하기때문이다.
돈나물물김치는 살짝 새콤해져야 제맛이다.
자칫 빨리 시어지기 때문에 냉장고에 두 통을 나누어 넣어두면
출하(?)조절을 할 수 있다.
땀 흘려 일하다 한 그릇 먹는듯 마시는듯 이 맛!
별미가 별미련가.
촌놈 입맛은 세월 간다고 어디로 가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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