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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비온 다음날, 농부의 평범한 일상

 

 

 

 

 

 

 

 

 

 

밤새 비가 내렸다.

비바람이 쳤다.

 

새벽같이 나가보았다.

 

대충 자빠질 건 자빠지고 떨어질 건 떨어졌다.

배꽃이 날려 땅바닥에 피었다.

배추꽃 한포기도 끝내 넘어졌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민들레인들 별 수 없다.

 

바람은 수꿈해졌으나 비는 여전하다.

이대로라면 땅이 질어 밭고랑에 발을 넣을 수 없다.

 

오늘로 미룬 옥수수,야콘 복토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야한다.

 

 

 

 

 

이런 날은 할 일이 있다.

 

미뤄온 5.000키로 자동차 서비스 점검이다.

예취기 수리도 이 때다.

 

읍내로 나갔다.

하나로마트에 들르고 안경집에 가서 며칠 전에 산 돋보기 안경도 바꿨다. 

 

 

 

 

 

 

서서히 하늘이 갠다. 

 

마침 안경집 건너편에 젊은 내외가 모종 판을 펴놓고있다.

차를 세우고 들여다보았다.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모종.

파프리카였다.

 

 

 

파프리카라면 할 이야기가 있다.

 

올해 역점 품목이 파프리카였다.

세가지 색깔에 씨앗 100들이 세 봉지를 일찌감치 준비했다.

 

내가 뿌린 파프리카 씨앗은 발아가 신통치않았다.

너무 이른데다 긴 추위에 보온관리를 잘못한 탓이다.

 

남은 씨앗을 들고가서 뒤늦게 버갯속영감님댁 고추 온상에

곁방살이 육묘를 부탁했으나 그마저 새앙쥐들이 까먹고 말았다.

 

종자 값이 6만원.

실패한 수업료였다.

 

 

 

 

 

파프리카 모종 여섯 개만 사서 차에 실었다.

노랑,주황,빨강 각각 두개 씩이다.

 

심을 건 거의 다 심었기에 더 이상 크게 심을 자리가 없다.

 

 

 

집에 오자마자 옷 입은 채로 밭에 내려가 심었다.

개당 2천원짜리 귀하신 파프리카 모종이다.

 

올해는 포기했던 파프리카 불씨가 오늘 뜻밖에 살아났다.

 

 

 

점심 무렵이다.

시댁에 다니러갔던 조카 일가가 올라가며 예정대로 들렀다.

 

 

 

 

이번에 내린 비는 얼추 2십 미리이다.

 

비가 갰으므로 밭으로 내려갔다.

어제 심은 야콘부터 북돋우기를 했다.

 

이어 그동안 미루어온 옥수수 모종을 보식해가며 북돋우기다.

뿌리를 내린 잡초를 멀칭 밑에 손을 넣어 일일이

뽑아내는 일이 여간 성가시지않다.

 

 

 

 

 

아침나절에는 물에 빠진 새앙쥐같던 민들레 홀씨가

저녁무렵엔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