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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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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에서 생긴 일 이 반가움이야! 하룻 만에 찾았다. 몸에 지녔던 손에 익은 소지품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고서 느끼는 허전함이야. 혹시나 해서 그 자리에 가봤더니 누군가가 주워 눈에 잘 띄는 자리에 걸쳐 놓았던 것. 어제 백화산 등산길에 나섰다가 비탈진 길의 결빙으로 중턱에서 되돌아 왔었다. 내가 자동차를 되돌릴 때 집사람이 잠시 바깥 바람을 쐰다며 내렸다. 이 과정에 집사람의 주머니 속에 있던 물건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발길 가는 대로... 학암포 굳이 새해 벽두 해맞이는 아니더라도 해마다 정초에 백화산에 오른다. 백화산에 간다며 집을 출발했으나 응달진 오르막길이 결빙이 되어 방향을 돌렸다. 산 아니면 바다... 발길 닿는대로 찾아간 곳. 학암포... 학암포는 첫길이다. 인근에 태안화력발전소가 있었다. 바람 쐬기 두 시간 드라이브로는 적당했다.
앞뜰, 야콘 밭 너머로 보다 저물어가는 가을이 보인다. 벼 추수 콤바인 엔진 돌아가는 소리로 며칠 왁짜하던 앞뜰은 다시 조용해졌다. 잠깐 사이에 가을걷이가 끝났다. 우리밭에 야콘은 이파리가 아직 싱싱하다. 첫서리가 내리고 누릿누릿해져야 땅밑에 야콘을 캔다. 토란도 비대기를 거치며 한창 여물어 간다.
오늘, 백화산을 바라보다 가을비가 끈질기다. 하루종일 빗방울이 떨어졌다. 남으로 백화산이 성큼 다가왔다. 오늘따라 노고단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반야봉을 떠올리게 한다.
앞뜰, 들판을 걷다보면... 형제산 백화산 동으로 팔봉산, 서쪽은 이화산, 남쪽은 백화산, 북쪽엔 형제산이 있다. 벼가 익어간다. 이화산 팔봉산
비와 비 사이 여름도 아니갔는데 가을 장마라. 오늘 왠일로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비친다. 어제 마른 가지 그루터기를 뽑아내고 그냥 둔 가지밭 이랑에 김장무나 마저 뿌려야겠다 하고 밭에 내려갔다. 사흘 전 토마토 자리에 뿌렸던 김장무 씨앗이 그 사이에 파릇파릇 새싹이 되어 올라왔다. 이 녀석들이 한 달 안에 촉석루 기둥같은 대왕무가 된다니... 잠시 그 사이를 못참아 후다닥 비를 뿌린다. 허겁지겁 마무리를 하는둥 마는둥 하우스 안으로 숨바꼭질 하듯 긴급 대피했다. 몰려오는 먹구름이 심상치 않다.
폭풍우에 넘어진 해바라기...세우다 잠결에 창으로 비껴 들어오는 달빛이 대낮같이 밝았다. 어제 늦게까지 하루종일 그토록 난리를 쳤던 비바람을 생각하면 보름달이 얄밉다. ------------- 그나저나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날이 밝으면 아침에 당장 해야할 일이다. 향일성이라 놔두면 곧장 허리가 꾸부러져 해바라기 농사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쑥대밭이 없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키가 10척이다. 몇 달만에 이렇게 자랐다. 우리집 해바라기 밭은 두 군데다. 올핸 해바라기를 많이 심었다. 철제 지줏대를 촘촘이 박고 빨래끈을 길게 늘어뜨려 묶은 다음,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일이 바로 세워서 해바라기 허리를 하나하나 단끈으로 붙들어 매는 작업. 뒷치닥거리한다는 게 재미없고 힘든 줄 알겠다. 작업이 끝나자마자 하늘을 ..
오늘은 푸른 하늘... 토란밭에서 하늘이 푸르다. 활짝 개였다. 남쪽으로 솔밭 귀퉁이로 백화산이 보인다. 오랜만에 토란밭으로 발길이 돌아왔다. 잡초 투성이다. 그동안 감자 캐느라 잊고 있었다. 예초기로 이랑의 잡초를 깎았다. 예초기 칼날에 토란 하나가 잘렸다. 그루터기에 움이 트서 이파리가 돋아날 것이다. 호스를 갖다대 물을 주었다. 장마가 끝난겐지 비 온다는 소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