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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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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농민 '박 회장'의 하루 안마을 쪽으로 몇 집 건너 '박 회장'은 주민등록증으론 나보다 하나 밑이나 출생신고가 늦었다는 동네 사람들의 당시 증언을 감안하면 오히려 한 살 위 개띠 일흔 셋이다. 읍내 어느 장학재단의 돌림빵 회장을 역임한 전력을 이유로 어정쩡한 '박 형' 대신 모양새 좋게 나는 깍듯이 '회장..
귀촌일기- 마실은 오고 가는 것 감기기운으로 한 사흘 집사람의 마실이 뜸하다 싶었더니 마실을 오신 분. 안마을 박 회장님 댁. 굴에서 꺼내 가린 새끼 고구마 한 상자를 밀차에 싣고 끌고서. 모과차 한잔 하며 무슨 이야기, 사연이 그리도 많은지. 아낙네들은 언제나 아낙네들끼리 통하는 이야기꺼리가 어느 곳엔가에 ..
귀촌일기- 태풍 지난 뒤 남정네가 하는 일 다행히 태풍이 비껴 지나갔다. 제주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곳 충청도 내포에는 비 좀 뿌리고 바람 스치는 정도였다. 가을걷이를 코 앞에 둔 황금들녘에 10월 태풍은 초미 관심사항. 피해가 없진 않았다. 비바람에 마당의 모과나무 밑에는 모과가 잔뜩 떨어졌다. 나는 모과 줍기에 바..
귀촌일기- 쇠뿔은 단김에 지척 이웃인데도 얼굴보기가 어려울 때가 요즈음이다. 삼복을 지나는 농부들에겐 새벽부터 바쁘다. 논두렁 풀 깎고, 물꼬 바꾸고, 웃거름 하고, 어촌계 종패작업... 해야 할 일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니어서 동창에 어둠 사라지기를 기다려 나부대기 시작해야 반절이나 할까. 오랜 만에 새벽..
귀촌일기- 귀촌에 4계명,10계명이 있다고?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 자기 할 일 찾아 하고, 사람 할 일 제대로 하면 된다. 귀농에 무슨 4계명이 있고 도시라고 10계명 따라 사는 게 아니다.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툭 하면 계명 타령이다. 오늘 할일은 고춧대 뽑는 거다. 뽑아내야 트랙터로 로타리(밭갈이)에 들어간다. 이웃에 부탁..
귀촌일기- 골든타임이 따로 없다, 농촌의 새벽 새벽이다. 슬쩍 대팻날이 한번 지나간 만큼 깎이긴 했어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가위 달이 둥글다. 산보삼아 바닷가 버갯속 영감님 밭뙤기에 심어놓은 배추와 무를 보러 가야겠다. 무는 싹이 났을 게고 배추는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하다. 집을 나섰다. 선들한 바람이 반팔로는 안되겠다..
귀촌일기- 우럭, 아나고 낚시 하는 날 1. '무슨 소리여, 고기를 잡어야제.' '많이 잡아야 맛인감유' '그려, 우럭도 더위 먹었는가벼.'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 바구니를 꽉 채워 돌아오기가 쉬운 일인 가. 바다도 더웠다. 2. '허허, 00 떼놓고 장가 간다더니...' 기름통, 미꾸라지 이깝 가져오는 걸 잊어버렸다는 박 회장. '이제야 ..
귀촌일기- 고사 지낸 날의 번개 모임 이른 저녁을 먹고 앉았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건너 박 회장댁 아주머니였다. "어서 오슈." "뭔 일이유?" "오시먼 알아유." 새차 뽑았다고 고사 지내고 동네 사람들을 부른 것이었다. 전화통으로 부를 사람 부르고 올 사람은 온, 이 바쁜 농사철에 저녁 한때 번개 모임이 어우러졌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