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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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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어느새 함박눈이다. 빽빼기 녀석이 앞장선다. 오늘 마실은 조금 먼 2반 쪽이다. 가는 길도라 안마을 두 분이 기다리고 있다. 여인들의 마실길은 늘 즐겁다. 눈보라 길을 걷는 발걸음은 가볍다.
감태의 계절 이웃집 마당에서 널어둔 감태가 보이면 한해의 끝자락이다. 영하의 칼바람에도 물때에 맞춰 바닷길을 왔다갔다 아주머니의 발길이 분주하다. "늦었씨유." 다른 집에 비해 늦게 시작했다는 뜻이다. 일 욕심은 동네에서 알아준다. 내년 음력설까진 해야할 일이니 시간은 아직 창창하다. 집 ..
여자이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채 아 , 참아야 한다기에... 다섯째 막내딸을 시집 보내는 날이다. 종가에서 다섯 딸 끝에 아들 하나. 아들이 뭐길래. 주위에 후덕하고 바닷일이나 농사에 억척 맏며느리였다. 부천에서 결혼식이 끝나고 원점 태안..
여든살의 탭댄스 대사집. 동네 잔칫날. "내 한 번 할가." 흥이 나셨다. 윗도리부터 벗어 던졌다. 탭댄스다. "나 먼점 가유. 집사람이 기대려." 언제나 청춘.
도내리 오솔길의 만추
버갯속 영감님의 부탁 버갯속 영감님은 뇌졸중으로 꼬빡 삼년째다. 본래 귀가 어두운데다 이젠 말씨까지 어눌해 손짓 발짓에 서로 쳐다보는 표정으로 겨우 소통한다. 전립선 약을 수십 년 드신 끝에 이젠 오줌 누기마저 힘들다. 요즈음 들어 병원 출입이 잦다. 버갯속 영감님은 일력을 가리키며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를 ..
까치밥 감 따기. 과거로의 여행이랄가 추억 따라잡기랄가.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신 난다. 옛날 옛적에 / 감 따러 /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 느닷없이 /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 혼비백산한 적이 있었지./ 아니야, 까치밥으로 두기로...
이웃 사촌 남정네는 논에서. 아낙네는 밭에서. 간사지 넓다란 논에는 벼 수확이 한창인데, 밭에서는 내년 유월에 추수할 마늘을 심고 있네. 잠깐 물 한잔이라도... 두런두런 정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