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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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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배추, 꽃이 되었다 지난 가을 김장배추 밭이랑. 이젠 잔설이 희끗희끗 겨울 배추밭. 배추는 살아있다. 기화요초 울긋불긋 꽃만 꽃이더냐. 초록빛 꽃도 여기 있다. 눈보라 엄동설한을 견뎌내는 배추. 딱 바라진 봄동배추를 나는 '꽃배추'라 부른다. 두 포기를 뽑아왔더니 저녁 밥상에 꽃배추 나물이 되었다.
우리집의 가을, 가을 맛 김장은 아직, 밭에서 뽑아온 햇배추에 햇김치를 보면 가을 맛이 난다.
얼마나 자랐나? 김장배추, 김장무
가을 김장채소...물 주고, 웃거름 하고 가을 채소라 함은 김장용 채소다. 열흘 전에 심은 김장배추, 김장무, 알타리무, 쪽파, 대파와 꽃상치와 청상치 들이다. 그동안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땅힘이 그만큼 중요하다. 오늘도 물을 주었다. 기온이 다소 내려갔다곤 하나 가을 햇살이 살아있다. 오늘이 추분이다. 멀리서 물조리개로 물을 나르다 보니 덥다. 웃옷을 벗어 매실 가지에 걸어 두었다. 물통을 굴러 와서 아예 옮겼다. 훨씬 편해졌다. 내친 김에 웃거름을 했다. 봄에 비닐 멀칭을 할 때 퇴비를 넣었으나 추비를 한 것이다. 이젠 무럭무럭 자라는 일만 남았다. 사나흘에 한번씩 물 주고 대왕무는 솎아줘야 한다.
알타리무,쪽파 심기...귀촌농부의 김장 풍속도 그저께 대왕무 종자를 넣었다. 어제는 배추모종을 심었다. 오늘은 알타리무 종자를 뿌렸다. 씨 쪽파도 심었다. 김장 준비다. 올해는 철저히 먹을 만큼만 심기로 했다. 해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씨앗을 넣을 때면 나도 모르게 양이 불어났다. 나중에 생산량이 남아돌아 나눠주느라고 애를 썼다. 해가 돋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어제 모종시장에서 배추모종을 살 때 모종아지매가 덤으로 얹혀준 꽃상치도 마저 심었다. 이제 남은 건, 대파 모종을 심는 일만 남았다. 내일 안면도 갔다오는 길에 모종시장을 들러 대파 모종 한 단을 사오면 된다. 넉넉히 밭을 일구어 놨으므로 마음이 든든하다.
김장배추 모종 105개 심었다 읍내 단골 모종가게 아지매가 오늘 얼굴을 보였다. 그동안 딸이 대행했었다. 간이 안 좋아 치료를 받았고, 일이 겹칠라니 병아리 두 마리를 잡으려다가 미끄러져 한 달을 꼬빡 깁스를 하고 지냈다나요. 추석 명절인데 쉬지 왜 나왔냐고 했더니 " 좀이 쑤셔서... " 배추모종 한 판을 샀다. 연결포트 105구 짜리다. 만 원. 배추모종 값은 안 올랐다. 덤으로 상치모종 몇 개를 얹져주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두어 시간동안 부지런히 심었다. 어제 뿌린 대왕무 두 이랑에 이어 다섯 이랑이다. 모레쯤 비가 온다기에 아주 잘 되었다.
서울로 가는 배추, 무 배추, 무, 상치, 쪽파, 대파... 다섯 채소가 우체국 택배로 서울로 갔다. 보내달라는 청이 있으면 보낸다. 채마밭에서 뽑자마자 그대로 재활용 허름한 보루 박스에 주섬주섬 담는 마음이 가볍다. 채솟값이 올랐다곤 하지만 돈으로야 까짓 얼마 되나.
다시 본 우리집 김장배추 이발소에서 돌아오자마자 곧장 배추밭으로 내려가 보았다. 우리집 배추는 싱싱했다. 아침저녁의 큰 일교차로 이제 속이 차오르며 튼실하게 결구를 하는 중이다. 오늘 이발소에 갔다가 손님들끼리 하는 대화 중에 올해는 김장배추값이 오를거라는 이야기였다. 며칠 전에 우리 동네도 올해 배추 농사가 신통치 않다는 말을 얼핏 듣긴 들었다. '배추잎무름병'이 만연하여 흉작이란다. 가을 들어 뒤늦게 비가 자주 내린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