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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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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구멍치기 낚싯꾼...눈발 속에 걸었다 오늘은 雪太公인가... 강태공 얼음구멍치기 낚싯꾼. 도내저수지에 드디어 나타났다. 지난 두어 해는 이상난동으로 결빙이 되는 날이 없었다. 쌍섬이 보이는 방조제를 반환점으로 도내수로를 한바퀴 돌아오는 길은 눈보라가 휘날렸다. 오늘도 만 보를 걸었다. 걸을수록 기분 좋은 날.
74세의 숨은 재줏꾼 올해 일흔 넷. 서울에 사는 고등학교 동기 친구 이야기다. 평소 동창 모임이 있을 때면 실력 발휘하던 색소폰 악기 연주 솜씨만 탁월한 줄 알았는데 비누공예 기술까지 있을 줄이야.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는 세월의 중후함. 며칠 전에 택배로 보내온 선물, 비누 한 세트. 비누가 아니라 작품이었다. '너무 예뻐서 어디다 모셔두어야지... 허투루 쓸 수 없다.'고 했더니 다 쓰고 나면 또 만들어 보내 주겠다는 약속 문자를 받고 당장 사용해 보기로 했다. - - -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배추는 살아있다 ‘겨울이 되고서야 소나무와 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어디 송백뿐이랴. 겨울 채마밭에 배추. 지난 가을 김장배추가 그대로 남아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맹추위가 그동안 몇 날 며칠이던가. 봄날 식탁에 봄동 겉절이.... 그리고 노란 배추꽃 필 때를 기다려 삼동설한을 넘길 태세다.
한해가 가네...눈이 내리네 ♬ 오늘과 내일이 뭐가 그다지 다를가마는 한 해가 저문다. 마침 함박눈이 내린다. 밤새 얼마나 내리려나... 2020년 오늘 내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마늘까기.
영하 10도...노지 상추 겉절이 폭설이 내린다더니 드문드문 햇살에 눈발이 날리다 말았다. 바람이 세다. 꽁꽁 얼었다. 충청도 서해안으로선 보기드문 강력 한파다. 영하 10도라나요. 그러나 노지 상추는 강하다. 식탁에서 상추 겉절이를 보며 귀촌의 의미를 읽는다.
책력을 해마다 사는 이유? 농가에 책력 없다고 농사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옛 어른들처럼 세시 풍속으로 책력 뒷 표지에 게재된 '작괘 조견표' 따라 태세 월건 일진을 따져가며 토정비결 운세를 볼 일도, 봐줄 일도 없다. 17년 전, 도내리 여기에 귀촌해 버갯속영감님을 만나고부터 새해 달력이 나돌 무렵이면 서울 동대문 보석상에서 나오는 일력을 친지들 인편에 수소문해서 구해다 버갯속영감님에게 드렸다. 버갯속영감님은 읍내 서점에서 책력을 두 개 사서 한 권을 나에게 답례 선물로 주셨다. 10년 전 타계하신 뒤론 내가 직접 구입한다. 3천 원 하던 책력이 지금은 5천 원이다. 송구영신... 세모 이맘 때, 책력을 살 때마다 버갯속영감님 생각이 난다.
안개냐, 미세먼지냐 이른 아침에 걷기운동을 한다. 6천 보쯤 걷는다. 아침 안개가 좋다. 자욱한 물안개가 얼굴을 스치는 느낌이 삽상하다. 요즘처럼 날이 풀어져 안개가 두터울수록 운치가 더 있다. 안개가 아니라 미세먼지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달라진다.
89세 할머니가 겨울 냉이를 캐는 사연? "허두 갑갑혀서 나왔쓔. 집에 있어야 뭘 혀." 묻지도 않았는데 옥향 할머니는 나를 보더니 대뜸 말했다. 우리집 뒤 구도항 바닷가쪽 언덕바지 버갯속영감님네 고구마 심었던 밭에서 열심히 냉이를 캤다. 겨울 냉이 뿌리에서 나는 향이 그저그만이다. 지난 첫 추위가 길었다. 오늘따라 확 풀렸다. 다음 주에 소한 대한에 맞추어 강한 한파가 닥친다는 일기예보. 그러나 마음이 봄이면 봄. 89세 청춘의 봄은 겨울이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