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펄

(55)
겨울 바다...가로림만 남쪽 한파가 몰려온다는데 오늘 마침 날이 살짝 풀렸다. 썰물로 드러난 갯골 개펄. 빈 배. 저만치 섬 둘 쌍섬.
개펄에 백로 날다 서해바다 가로림만의 남단. 도내나루 앞 개펄에 쌍섬... 해질 무렵에 갯골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논에 있어야 할 백로가 여기에. 그림 같다. 사방 천지가 자연 그대로다. 이화산 능선 저 너머로 태안반도 원북, 이원, 만대. 멀리 오른 편으로 긴 굴뚝에 하얀 연기는 태안화력발전소다.
갯골 여름 바다라 해서 어디나 언제나 시원한 게 아니다... ... 파도는 썰물로 밀려나가 사막처럼 텅 빈 바다. 드넓은 개펄. 갯골이 이리저리 꾸불꾸불 앙상하다. 중천에는 작렬하는 태양. 바람 한 점 없다. 갯벌의 숨막히는 더위를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여기는 태안반도의 가로림만 남단 어느 갯가.
가로림만의 남쪽, 바다가 얼었다
'도내리 감태'...추억으로 사라지다 내가 도내리에 내려올 무렵엔 물론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맘 때면 감태작업에 매달려 온마을 집집이 정신이 없었다. 특히 눈이 많이 올수록 감태가 달다하여 그 땐 감태 값이 한 등급 올랐다. 올해 얼마나 눈이 자주 왔는가. '도내리 감태' 하면 알아주었다. 농한기에 짭잘한 수입원임에도 마을에 감태를 만드는 집이 없다. 어느새 고령화되어 중노동인 감태를 만들 재간이 없는 것이다. 가로림만 남쪽... 쌍섬이 있는 이 넓은 개펄... 갯골에 흐드러진 파란 감태를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 귀농이 늘어나야 할 이유다.
가로림만, 도내나루 앞 바다가 얼었다 바다는 좀체로 잘 얼지않는다. 그런 바다가 얼었다. 보름째 한파다. 북극 한파라고들 한다. 흔히 애교로 불렀던 동장군과 다르다. 가로림만 남쪽 끝. 호수같은 바다. 10여 년 만에 얼었다. 서너 달만에 도내나루에 갔다. 하루에 두 번 조수 간만에 쓸려나갔다가 밀려온 얼음 조각들이 개펄에 질펀하다. 삭막하긴해도 겨울다운 그림이다. 쌍섬의 '해태 바위', 구도항 쪽 언덕에 '카크 다글라스 바위'. 내가 이름을 붙인 도내나루터 지킴이들이다. 볼 때마다 든든하다.
귀촌일기- '도내리 감태' 이야기 우리마을 사람들은, '감태'하면 당연히 '도내리 감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감태의 빛깔 때깔부터가 다르다. 내가 귀촌할 즈음인 16,7년 전만 하더라도 안마을로 들어가는 언덕바지에 어촌계가 앞장서서 감태작업 마을 공동작업장이 있었다. 농한기인 겨울에 짭짤하게 부수입을 안..
귀촌일기- 도내나루의 봄(1) 이른 아침 옆집 아주머니가 행장을 갖추어 집을 나서는 걸 얼핏 보았다. 물때에 맞춰 바다에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 바다가 있었다. 집 바로 뒤 바다를 등지고 살면서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지냈다. 지난 가을 어느날 이후, 올들어 오늘 처음으로 도내나루를 찾았다. 엄동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