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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2043)
햇토란...토란탕이 되기까지 며칠 전에 토란을 캐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맘 때도 토란을 캤다. 그 때 받아둔 씨토란을 삼동 내내 얼지않도록 거름부대에 넣어 현관 안에 간수해 두었다가 올 봄에 꺼내 토란 모종을 만들었다. 5월에 밭을 일구어 옮겨 심은 모종이 한여름을 지나며 가을까지 땅 속에서 밤낮으로 자라서 영글었다. 알토란이 되었다.
만추...가을비에 젖다
가을비 가을 가뭄이라며 비를 기다리기는 했어도 하늬바람을 동반한 가을 비는 어수선하다. 을씨년스럽다. 아침나절에 밭에는 캐다 만 토란이 있었다. 해질녘에 온다던 비가 갑자기 쏟아진다. 주섬주섬 비 설거지가 발걸음을 재게 한다. 비닐 하우스가 붐빈다. 한바탕 가을 비가 지나고 나면 곤두박질하는 수은주 따라 바짝 겨울이 다가선다.
홍시와 배...소소한 가을맛
해바라기의 족보 모르긴 몰라도 팔봉이용원 원장님의 취미는 화초 가꾸기다. 계절마다 이발소 마당은 갈 때마다 언제나 다채롭다. 오늘은 국화였다. 시골에서 국화를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올 여름내내 우리집 밭둑에 자란 해바라기도 몇 년 전 팔봉이용원 원장님이 주신 종자의 후손이다. 생각난 김에 오늘 해바라기 종자를 거두어 비닐 하우스 안에 걸어 두었다.
알토란...토란농사 중간 보고서 서리가 내렸다. 입동을 지나자 하루 하루가 다르게 무서리가 된서리가 된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단다. 가을비는 겨울을 재촉한다. 기온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초겨울의 문턱이다. 농심은 절로 바빠진다. 며칠 전, 토란대도 자를 겸 맛 배기 토란을 캐봤더니 토란이 튼실했다. 알토란으로 잘 영글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캐기로 했다. 토란대 토란 잎이 무성하다 해서 토란 알맹이가 반드시 굵은 건 아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는 일 얼룩이 강낭콩을 한 바케쓰 땄다. 봄에 뿌려 두었던 건데 지지대를 세워 울타리를 만들어 주긴 했으나 여름을 지나며 잊고 있었다. 이제 와서 보니 듬성듬성 그다지 작황이 좋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둘 가 하다가 거두기로 했던 것. 성가시긴 해도 일일이 따서 하우스에 가져와 풀어 놓았더니 적은 양이 아니다. 오다가다 짬 나는 대로 까면 된다. 가을 햇살에 비닐 하우스 안은 따뜻하다.
立冬을 지나며... 아, 세월은 잘 간다♪ 언뜻 잠결 창가에 비치는 하얀 달빛이 끝내 새벽잠을 깨운다. 엊저녁 해거름이었다. 이화산 마루에 걸린 석양을 마치 밀어 내기라도 하듯 동천 팔봉산 능선에 보름달이 떴었다. 한로 상강이 지났는가 했더니 하룻밤새 무서리가 내렸다. 입동. 4계절 24 절기는 여측 없이 돌고 돌아 올해 또다시 겨울의 문턱이다. 마음이 바쁘다. 농군의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