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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2043)
말리는 계절...가을 가뭄 가을은 건조하다. 보름 전에 밭에서 잘라다가 꾸들꾸들 말려 껍질을 벗겨 두었던 토란대가 하우스 안에서 시원스럽게 바싹 말랐다. 겨우내 먹거리 저장 마무리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기에 호스를 길게 끌어내 양파 밭에 물을 주었다. 밭둑에도 물을 주었다. 얼기설기 뿌렸던 봄동 시금치 씨앗이 밭둑에서 싹 트기를 기다리고 있다.
빨간 홍시가 보인다 길섶 따라 지난 여름이 두고 간 들꽃들. 앞뜰을 걷다 산등성이를 올려다 보면 앞마당에 빨간 점, 점 점 점. 홍시가 보인다. 가을 꽃처럼 보인다. 이제 만추다.
가지 3개, 상추 2 포기 상치는 아침저녁 일교차가 클 때 생기가 펄펄 돋아난다. 이맘 때다. 채마밭에는 적상치와 청상치가 탐스럽다. 지난 여름을 마감하지 못한 토마토와 가지가 새삼 반갑다. 가을은 하릴없이 깊어만 가는데. 얼마나 놀랐던가? 43년 전, 오늘이 그 날.
얼마나 자랐나? 김장배추, 김장무
1박2일, 한양에서 돌아오다 서해대교를 넘어서면 한양이 보이고, 서해대교를 넘어오면 충청도 우리집이 보인다. 서해대교는 한양 길 드나드는 대문이다. 반년 만의 정기 검진이 있었다. 시골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 참으로 번거롭다. 서울에 사는 가족들까지 동원된다. 장기간 입원으로 수술을 한 지 꼭 5년이 지났다. 5년, 언제 지나갔는지 시간이란 그렇다. 5년차라 검사항목이 많고 게다가 대장 내시경까지 추가 되었다. 갈수록 한양 오가는 길이 피곤한 건 세월 탓인가.
토란대, 껍질 벗기기
가을, 남자의 계절이라 했던가?!... 지나가는 바람에 우수수 낙엽이 진다. 아직 단풍 전선이 멀리 있는 줄 알았다. 우리집 마당 느티나무에 어느새 가을이 내려앉았다. 스산하다.
흙에 산다는 것 집사람은 아침 이른 고속버스로 서울행. 2박이 될지 3박이 될지, 겸사겸사 몇가지 일이 있나 보다. 그 중에는 여고 동창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도 있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행사들이 정권이 바뀌자 봇물처럼 터진다. 어쨌거나 이제야 숨을 쉬는 것 같다. 며칠 째 오늘도 나는 동밭에서 살았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퍼지자 덥다. 한량들 놀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 일하기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