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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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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망종...앞뜰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다" 는 옛말이 있다. 씨를 뿌리고 한편으로 거두는 계절, 망종.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겹쳐 눈코 뜰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이 맘 때가 보릿고개의 절정, 비로소 햇보리를 먹을 수 있어 가난한 농부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 ... 종이와 붓, 물감이 바로 옆에 있어 잠시 짬을 내 그려보았다. 모내기가 끝난 논, 오뉴월 햇살에 볏모는 곧 푸르게 자랄 것이다.
기우제? 고라니 발자국 그동안 몇 번 공수표를 냈다. 비가 온다 하며 요란하게 일기 예보가 떴는데 잠시 뒤에 보면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졌다. 오늘도 내내 흐릿하던 하늘에서 정오 무렵 빗방울이 또닥거렸다. 비라도 맞으면 비님이 갑읍해서 주룩주룩 내릴까 해서 기우제 지내는 기분으로 알뜰 걷기를 나섰다. 바닥을 드러내는 저수지에 백로가 논다. 모내기 끝 낸 논이 갈라졌다. 고라니가 지나다닌다. 저수지에서 끌어다 쓴 용수를 다시 모아 저수지에 쏟아 넣는다. 재활용이다. 경운기 엔진이 밤낮으로 숨가쁘게 돌아간다. 여기 저기 펌프 소리가 요란하다. 논 주인 몽리민이 설치한 호스가 어지럽다. 물꼬 단속에 저수지 주변은 온통 비상이다. 몇 방울 뿌리던 비가 그쳤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비가 내릴까? 유비무환.
5:1 져도 좋다, 이 함성... 브라질 축구팀과 친선 축구 평가전 중계를 보았다. 까짓 것, 5 대 0 때도 있지 않았던가. 축구 선수들의 기량도 볼 만 했지만 즐거워하는 관중들의 환호성에서 감동을 받았다. 이게 얼마만인가. 음울했던 지난 5년을 돌아보았다. 저질 선동과 팬덤에 피곤했다. 코로나 정치방역에서 억눌려왔다. 대선, 지선을 거치며 민심이 폭발하듯 분출하였다. 상암구장에서 들려오는 이 함성... 자유, 자유.
개복숭아...농촌의 고령화 앞뜰을 걷다 보면 돌아가는 곳곳 언덕바지에 개복숭아 들복숭아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절로 나서 자란 개복숭아 나무가 봄날 꽃이 피더니 어느새 튼실하게 열매를 맺었다. 10년 전쯤 인가, 약효가 있다는 소문에 한동안 개복숭아 광풍이 불었다. 아직 자라기도 전에 다투어 따가는 바람에 일찌감치 씨가 말랐었다. 한 때 유행이란 이렇듯 무섭다. 그러나 요즘 들어 따는 사람이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개복숭아를 딸 만한 사람들이 이젠 모두 늙어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농촌의 고령화가 개복숭아 나무에게 다가왔다.
수박,참외 재배...스트레스 받는다 올해는 어떨까 해서 수박 모종 두 개, 참외 모종 두 개를 심어 보았다. 해마다 심다가 안 심다를 되풀이해 왔다. 재배하기가 그만큼 까다로운 작물이다. 소위 말해서 그동안 재미를 한 번도 못봤다. 큼직한 수박과 참외를 따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심는 이유는 안 심으면 뭔가 허전해서다. 이제야 줄기가 뻗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잔 가지를 일단 정리했다. 줄기를 유인해가며 자라는 정도에 따라 마디 수를 세어 가며 잘라주어야 한다.
단오,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 마당에서 축대 아래 큰 밭으로 내려가는 돌계단 옆에 대추나무가 있다. 18년 전, 귀촌 초기에 일부러 나배기를 구해다 심은 것으로 그동안 또 나이를 먹어 이젠 완전히 고목 티를 낸다. 해마다 꼬빡꼬빡 대추를 생산해 기특하다. 튼실한 대추를 더 많이 수확했으면 하는 욕심에서 단오 날이면 거행하는 의식이 있다.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 재미삼아 해보는 전래의 풍속.
마늘 캐기... 따라하면 된다 농가 월령을 일일이 찾아 들추어보지 않아도 남들이 하는 걸 보며 내가 해야 할 일을 안다. 오늘 걷기운동을 하며 만났다. 문 반장네 부부가 뙤약볕 아래 마늘을 캔다. 그렇다, 슬슬 우리 밭에 마늘도 캐야지.
농부는 밭에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