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단한 가뭄이다.
작물을 심는 건 농부지만
기르는 건 자연이다.
하늘이다.
우리집 바로 뒤
버갯속영감님댁 마늘밭에서
이른 아침부터 스프링 쿨러 소리가
들려온다.
이맘 때 마늘밭에 물을 주는 건
두 가지 이유다.
비대기를 맞아 땅 속에 마늘을
튼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마늘밭 흙이 단단히 굳어 있어
호미로 마늘 캐기가 힘들기 때문에
땅을 부드럽게 하기위해
미리 물을 주기도 한다.
마늘 캘 때가 되었다.
오다 가다 얼마 전에 내린 비는
'삐갱이 눈물' 만큼도 못했다.
비를 기다리다 못해 나도 오늘
감자밭에 물을 주었다.
감자밭에 물 주기는
몇 년 만이다.
늘어질대로 늘어진 감자 줄기가
애잔하나 비가 올 기색은 당분간
손톱끝 만큼도 없다.
그런데 왠일이냐.
해질 무렵
그 맑던 하늘이 갑자기 닫히고
건들바람이 슬슬 불면서
비가 올 징조다.
애써 물 주고나면 더러
비가 내렸다.
'歸村漫筆'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촌일기- 밭에서 퇴근하는 길에는... (0) | 2019.07.02 |
---|---|
귀촌일기- 버찌도 익어가고... 오디는 떨어지고... (0) | 2019.06.12 |
귀촌일기- 남정네가 물러간 뒤 아낙네가...모내기 (0) | 2019.05.26 |
귀촌일기- 해당화가 피었습니다 (0) | 2019.05.25 |
귀촌일기- 빗속을 우산도 없이 걸었다 (0) | 2019.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