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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채소열전...식탁은 알고 있다




-나더러 채소만 먹고 사느냐고 한다. 나는 채소를 좋아하는 편일 뿐, 마트에 가면 잊지않고 우씨, 돈씨, 계씨... 고깃근을, 물 좋은 생선을 보러 재래시장 어물전 기웃거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바닷가라 이웃 좋은 덕분으로 해산물도 풍성하다. 땅에는 산과 들, 채마밭이 있듯이 바다에는 갯벌에 조개밭, 굴밭, 낙지밭, 감태밭이 있다.


'蛇足'은 글 나중에 붙이는 잔소리이다. 그런데 오늘은 사족을 글 머리에 먼저 올리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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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배기에 쑥과 냉이가 있지마는 진짜 식탁의 봄은 논도랑의 미나리꽝에서 부터 온다.  쑥, 냉이, 달래, 미나리, 머위, 소리쟁이, 민들레, 웅구...


일부러 가꾸지 않아도 들판에서 밭둑 언덕에서 저절로 자라나 세월의 이정표가 되어 준 야생초.  재미삼아 가끔은 모를가 이걸 모두 산과 들로 다니며 캘 수는 없다. 동네 할머니들에게 부탁하면 조달에 문제가 없어 올해도 차례대로 풍성하게 자주 많이 먹었다.

국으로 해서, 나물로, 겉절이로, 무침으로, 쌈으로.  봄철 노지 나물은 하나같이 쌉싸래 해서 봄철 까칠한 입맛을 돋구어 주었다. 



어릴 땐 봄나물이지만 자랄수록 천덕꾸러기 잡초로 대접 받는다. 그 대표적인 게 쑥이다. 쑥이 제멋대로 자라면 쑥대밭이 된다. 노지 봄채소 먹거리야 말로 때가 있다. 보들보들 야들야들 할 때 두세 번 맛보는 걸로 다음 타자 순서로 넘어간다. 봄 햇살이 따가워질수록 질겨져서 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 온 뒤 우리밭 건너편 언덕바지에 고사리가 제 시절을 뽐내고 있으나 당장 먹기는 힘들고 축대 아래 돈냉이가 다음 차례다. 이웃집 텃밭에 남아있던 월동 쪽파, 시금치, 상치를 집사람 마실길에 수시로 얻어왔는데 지금은 밭을 갈아엎어야 할 때다.

우리집 빼놓고 어지간하면 다들 재배를 하는 표고버섯도 이젠 마트 신세를 질 수 밖에 없다.



밭둑에 군데군데 서있는 두릅과 벙구나무가 있다. 두릅순, 벙구순 초무침이 계절의 입맛을 돋구기에 그저 그만이다. 곧 이어 오가피나무 순도 있다. 채소들 틈에 올핸 두릅 따는 걸 깜빡 잊고  지나쳐버렸다.

자라는대로 순을 잘라먹는 년중 무휴 채소인 부추와 방풍나물이 그나마 봄과 여름을 잇는 연결고리로 남아있을 뿐 올해 자연산 봄나물이 마감되었다. 이젠 씨 뿌려 일부러 가꿔야 여름 채소로 넘어간다. 







24절기에서 곡우가 지났으니 곧 입하,소만... 이제부터 여름이다.


여름 채소 씨앗을 뿌려야 할 때다.

청경채,겨자채,시금치,상치...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여름 채소 5종 세트 종자가 택배로 부쳐왔다. 


토마토, 치커리, 파프리카, 오이, 가지, 호박...는 읍내 모종시장에서 모종을 사오면 된다.

고추와 옥수수 모종은 이웃에서 받기로 했다.





어제 모종시장에서 사다둔 모종들이 처마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