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激情)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訣別)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내가 이름을 모를 뿐
도내리 솔밭 오솔길에도
꽃들이 진다.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이맘 때면 반드시 생각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
이형기는 1931년생이므로
20대 초에 이 시를 썼다.
'어떤 시의 창작과정을 가장 소상하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시를 쓴 시인자신임'을 강조하면서, 저서 <당신도 시를 쓸 수 있다>에서 <낙화>가 탄생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휴전협정의 성립으로 6.25동란은 끝났지만 전쟁의 포화가 무참하게 파괴해버린 여러 도시는 아직 복구되지않은 채 앙상한 폐허의 양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좌절과 실의의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집의 경우는 홀어머니가 삯바느질로 나를 맏이로 한 사 남매를 키우는 처지였기에 고달픔이 더했다. 끼니를 거르는 날도 많았지만 참고 견딜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게 문득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곧 종이쪽지를 꺼내 '샘=슬픈 눈'이라고 메모를 했다.
...한창 여자가 그리운 나이에 객지에서 혼자 고달프게 살다보니 때때로 자기가 그런 실연자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쓴 나로서는 예가 드문 속성의 작품이다.
시란,
읽히는 대로 감상하면 된다.
식자우환
평론가들처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려 들면 맛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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