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병 사먹고 말 지 퉁명스레 중얼거리며
옥외 솥가마 장작 아궁이를 만든 건 멸치액젓 때문이다.
거제도에서 담근 봄 생멸치 젓갈 한 통을
-도무지 나 혼자서 들어 움직일 수도 없는 무게와 양-
주문해서 언젠가 집 뒤안에 쟁여두고서 김장철이 되자
슬며서 자초지종을 꺼내며 주방에서 가스 불로
그 많은 양을 해치우겠다는 마누라의 우격다짐성
뚝심엄포에 조용히 내가 졌던 것이다.
귀촌 10여 년 만에 새삼스레 이런 곡절로 며칠 전,
벽돌 몇 장 쌓는 그것도 공사라고 바쁜 걸음을 쳐가며
서둘러 만든 옥외 노천 아궁이다.
점화식이랄 가 개통식이랄 가
오늘, 첫 가동에 들어갔다.
모양 좋고 화력 좋고 어느모로 보나
칭찬받아 마땅한 대 성공이었다.
하룻해에 끝날 일이 아니었다.
가마솥에서 폭신하게 끓여낸 멸치젓국을 마대자루에서 걸러냈다.
액젓을 내려받는 건 밤을 지새는 공정이다.
이 액젓을 내일, 창호지를 거름종이로 해서
2차로 다시 걸러야 한다나 어쩐다나.
잔불에 삼겹살은 내일로 미루고
오징어 한 마리로 대신해 아궁이 개통을
조용히 자축.
운전수보다 조수가 더 바빴던 하루.
해는 저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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