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집 바깥에 대형 솥을 걸어달라는 마누라의 부탁이 있었다.
멸치 액젓을 달여내기 위해서였다.
알고봤더니 김장을 앞두고
동네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주문했던 생멸치 젓갈 한 통이
거제도에서 며칠 전에 이미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사다먹고 말지 괜히 일을 벌인다며 지청구를 했으나
막상 집안에서 밤낮으로 그많은 양을 달여낼 때
그 냄새를 그 불편을 어찌 감당하랴 생각이 미치니
기왕 벌어진 일 액젓 제조에 기꺼이
나도 동참키로 했다.
서산을 오다가다 봐온 대문다리에 있는 고물상에 가서
도라무깡을 적당히 잘라와 솥을 걸치면 그만이지만
구석진 옥외라도 쬐끔 멋을 내기로 했다.
백철솥은 귀촌 당시에 두 개나 사두었던 것으로
재활용을 하면 되고 벽돌 50장과 몰탈 시멘트 2포,
굴뚝 연통은 읍내 건재상에서 사왔다.
벽돌을 깔끔하게 두 토막 내는 것도
기술이다.
흙손은 꽃삽이다.
미장이가 따로 있나.
따로 없다.
하면 된다.
쉬엄쉬엄
사흘 걸렸다.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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