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동창이 밝아오면 좀이 쑤신다.
하지에서 한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농부의 새벽은
마음이 바쁘다.
주섬주섬 작업복을 찾아입고 현관 문을 나설 때,
볼때기에 부딪치는 아침 공기의 삽상함이란.
이 맛은 귀촌의 덤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나의 첫 일과는
여전히 개똥줍는 일이다.
곧장 아랫밭으로 내려가 오늘도 고추줄을 매면서
고추밭 고랑 사이의 잡초를 파낸다.
매일 한 고랑씩이다.
새벽부터 너무 힘 빼면 다른 일을 못한다.
그저께도 한 고랑.
어제도 한 고랑.
오늘도 한 고랑.
고추밭의 형색이 달라졌다.
고속도로처럼 훤하다.
내일은 야콘 밭.
보기엔 좀 뭣해도 곡괭이가 약이다.
거친 잡초한테는.
어제 혼사가 있어 당일치기로 서울을 다녀왔다.
한양길을 머다 않고 이다지도 바쁜 걸음을 치게 만드는 건
흙냄새 땅냄새 얼커렁설커렁 어우러져 내게 다가오는
이런저런 산천경개 물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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