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귀했던 우리 마을에 간이 상수도가 건설된 건
내가 귀촌하기 이태 전인 2002년.
1.2키로 떨어진 건너마을 어은리 염장마을에서 지하수를 끌어와
마을 당산 중턱에 만들어진 배수장의 물을 나누어 받음으로써
우리 마을 20여 가구가 조상대대로 숙원이었던
수돗물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그 전에는 우리집 바로 밑 언덕바지에 아직도 흔적이 남아있는
동네 우물에서 차례를 기다려 물지게,양동이로 길어다 먹었기에
그 불편함이야 다 잊혀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같으나
손꼽아 보면 그다지 오래지 않다.
수돗물의 기쁨도 잠깐,
바닷가 지하수라 소금끼가 문제였다.
머리를 감아도 비누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두부를 만들 때 무슨 영문인지 콩물이 섣불리 엉겨
망쳐버리는 이유를 알아차린 건 훨씬 뒤였다.
봉지커피를 타도 프림이 확 풀리지 않는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수질검사에서 다른 항목이야 늘 양호로 나왔지만
짠물이 건강에 좋을 리가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읍내 마트에서 생수를 사다 쟁여놓고서
식수로 쓰고 있는 집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재작년 초봄, 2014년 3월이었다.
보령댐에서 수돗물이 온다는 소문에
온 마을이 환호작약.
요란했다.
마을버스가 종점까지 들어오지않고 중간에서 돌아가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두어 달 공사판이 벌어졌다.
애당초 세멘트 길 중간을 톱으로 잘라내는 먼지와 소음...
흙을 파낸 다음, 수도 관로를 매설하고
레미콘을 갖다부었다.
집집마다 수도계량기도 교체했다.
마을 안길이 원상 복구되므로서
보령댐 물이 올 채비는 끝났다.
보령댐 수돗물은
감감 무소식.
수도관 매설공사가 완료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령댐의 물은 들어오지 않았다.
예산 문제로 중간 가압장 공사가 아직 안끝났다나,
염장마을 지하수와 계약이 안끝났다나 어쨌다나
이런저런 말만 무성한 채 답이 없다.
소금물 지하수는
계속된다.
우리 마을 사람들
용하다.
언제일지 알 수 없는 보령댐 물 콸콸
통수를 기다려 주는 인내심.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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