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는 절로 벌어지고
호박꽃이 시들면 애호박이 자란다.
가을인가, 여름인가.
오늘도 새벽안개로
날이 밝는다.
지난 주는 무위도식이었다.
감기를 구실로 처음에는 쉬다가, 나중에는 혹시 덧칠끼봐
끝내 한주일을 괭이자루,삽자루 모두 던져놓고 지냈다.
할수록 많아지는 게 가을철 농사라 일을 빤히 보고
빈둥빈둥 내몰라라도 인내가 필요했다.
오랜만에 뜻을 세워 밭에 나갔다.
자주양파를 심을 요량으로 가꾸다가 중단했던
밭일이 있었다.
"양파 심을라구유?"
바로 뒤에서 고구마를 캐던 옆집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묻는다.
쪽집게다.
"예."
내 대답은 간단했다.
"장에 양파모종 났시유?"
"가봐야지유."
"양파는 아즉 멀었씨유. 일러유."
그렇찮아도 그만 하고 싶던 차에
이르다는 옆집 아주머니의 코치 한마디로
괭이자루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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